[EMS = 하이코리언뉴스] = 미국의 대형 의료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의료비 청구나 서비스시 제공을 자동으로 거부하는 관행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되고, 특히 소수계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한 불공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2 월 20 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가 주최한 소수계 언론 초청 온라인 브리핑에 참석한 이민자 및 의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영어구사가 어려운 이민자들의 경우 치료나 비용지급이 거부돼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더욱 제한된다며, 전문 의료진의 검토 없이 AI 만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 지원을 거부하는 대형 의료 보험사들의 관행을 비판하고 소비자 권익 개선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 의료재단인 로버트우드존슨재단의 시니어 정책관 캐서린 헴프스테드(Dr.Catherine Hempstead) 박사는 “보험사들이 AI 를 활용해 보험 승인 과정이나 시간을 단축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AI 가 소비자 개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필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한 예로 비영리 언론사 프로퍼블리카(ProPublica)가 올해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보험사들은 AI 를 활용해 매년 수백만 건의 보험 청구를 자동으로 거부하고 있다. 이 기사는의료 보험사들이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AI 를 통해 각종 청구서와 서비스 신청서를 처리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환자의 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거부 결정이 내려져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22 년 두 달 동안 시그나(Cigna)의 의사들이 단 1.2 초 만에 청구를 검토하지 않고 거부 결정을 내린 사례가 폭로되었다. 의사 한 명이 한 달에 약 6 만 건의 청구를 거부한 것도 드러났다.또한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경우 AI 를 활용해 환자들의 재활 치료 및 간호 시설 이용 청구를 거부하면서 소송에 직면했다. 집단 소송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90% 이상의 거부결정이 항소를 통해 뒤집혔다. 이는 AI 기반 시스템이 발생하는 오류로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환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사한다.
브리핑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많은 소비자들이 보험사의 청구 거부 결정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36%가 보험 청구 거부를 경험했지만, 그 중 대다수는 이를 항소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복잡성과 높은 문턱 때문으로, 보험 서류가 평균 11~12 학년 수준의 독해력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 성인의 평균 독해 수준은 8 학년에 불과하다는 점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나 소수계 환자들에게 더욱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피츠버그대학 보건학대학원의 미란다 야버(Miranda Yaver) 부교수(의료정책관리학)는 의료 보험사의 관행이 소비자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버 부교수는 보험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서 소비자들이 불합리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복잡한 보험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이해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하고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녀는 특히 “AI 기술이 효율성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소비자 권익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권리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험 정책의 투명성 강화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정책적으로반영할 수 있는 소비자 피드백 시스템 도입 ▲공정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틀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 월 개빈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의사 결정권 보장법(The Physicians Make Decisions Act· SB 1120)’에 따라 AI 가 의료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한한다. 오는 1 월 5 일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되는 이 법은 의료 서비스 제공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법안 발의자인 조시 베커 가주 상원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 AI 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효율성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서 의사의 경험과 윤리적 판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이번 법안이 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임을 밝혔다.
BY NICOLE CHANG, Contribution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