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하이코리언뉴스] = 은퇴상담을 하다 보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돈을 모으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달에 몇백 달러씩 아끼며 열심히 모았습니다. 그렇게 작은 돈이 모여 제법 큰 종잣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힘들게 모은 돈을 특별한 목적 없이 낮은 이자의 어카운트에 계속 보관합니다. 왜 그곳에 두고 있는지 여쭤보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그래도 은행이 안전하잖아요.”
“혹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방법은 잘 몰라서요.”
은행에 돈을 두는 것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상시에 사용할 돈이라면 필요할 때 바로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일부는 저축계좌에 두고, 당장 사용하지 않을 돈은 만기와 중도인출 조건을 확인한 후 CD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 뒤 은퇴생활비로 사용할 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돈에도 타이틀을 붙여줘야 합니다.
비상시에 사용할 돈인지, 몇 년 안에 집이나 자동차를 위해 사용할 돈인지, 아니면 은퇴 후 매달 생활비로 받아야 할 돈인지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쓰이는 목적이 다르면 돈을 보관하는 어카운트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은퇴 후 매달 $5,000이 필요한데 소셜시큐리티와 다른 고정수입이 $3,200이라면, 매달 $1,800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족한 금액을 확인했다면 그다음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1,800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
모아둔 돈을 조금씩 꺼내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꺼내 쓰기만 한다면, 언젠가 잔액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족한 은퇴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살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평생소득 특약이 포함된 연금, 즉 Lifetime Income Rider가 있는 Annuity입니다.
쉽게 말하면 모아둔 종잣돈의 일부를 은퇴 후 매달 받을 수 있는 ‘나만의 평생 월급’으로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일정 기간 돈을 적립한 후 약속된 시점부터 정해진 금액을 인출합니다. 계약에서 정한 인출 기준을 지키면 오래 살아도 평생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랜이 있습니다.
평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8~12%의 높은 확정 수익율과 가입시 지급하는 보너스 10%~30%가 특징입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살더라도 생활비가 계속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셜시큐리티와 함께 매달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면 생활비를 계획하기도 편해집니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생활비 때문에 투자자산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인출하기 전까지 세금이 유예되는 장점도 있지만, 실제 세금은 자금의 출처와 계약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중장기 플랜입니다. 계약 초기에 큰돈이 필요해 해지하거나 정해진 금액보다 많이 인출하면 수수료가 발생하거나 앞으로 받을 평생소득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평생소득 특약에는 별도의 비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매달 받는 금액이 일정하다면 시간이 지나 물가가 올랐을 때 그 돈의 실제 가치가 줄어드는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꼭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금 서류에 표시되는 Income Base 또는 Benefit Base의 성장률이 내가 한꺼번에 꺼낼 수 있는 현금이자와 같은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평생 받을 소득을 계산하기 위한 기준금액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이자가 몇 퍼센트예요?”만 물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어카운트 밸류는 얼마인지, 평생소득은 언제부터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특약 비용은 얼마인지, 중간에 돈이 필요하면 얼마까지 인출할 수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을 제공하는 보험회사의 재정 건전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평생연금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정답은 아닙니다. 비상자금까지 연금에 넣어서도 안 되고, 모든 은퇴자금을 한 가지 상품에만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연금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돈을 소홀히 관리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돈의 목적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쉽게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퇴 준비는 무조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내가 가진 돈에 타이틀을 붙이는 일입니다.
이 돈은 비상자금인가?
몇 년 안에 사용할 돈인가?
계속 성장시켜야 하는 돈인가?
아니면 은퇴 후 매달 받아야 할 나의 평생 월급인가?
돈의 목적이 정해지면 그 돈이 있어야 할 자리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모은 종잣돈을 단순히 보관하는 데서 끝내지 마십시오. 그 돈이 앞으로 나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한 번쯤은 점검해보셨으면 합니다.
은퇴 후에는 모아놓은 돈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 돈이 매달 얼마의 생활비를 만들어주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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