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무역전쟁의 전면 재개를 피하고 기존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와 펜타닐 전구체 통제, 희토류 공급 문제, 인공지능(AI) 관련 대화 등에서도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대만 문제와 첨단기술 경쟁,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 등 양국의 핵심적인 전략 경쟁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 내 보수 성향의 중국 전문가들과 논객들은 이번 회담을 평가할 때 외교적 분위기보다 중국이 실제로 약속을 이행하는지, 그리고 미국의 경제·안보 우위가 강화되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① 무역 휴전 2개월 연장…이제는 중국의 이행이 관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1월 만료될 예정이었던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했다.
양국은 약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한 상호 관세 인하 방안을 추진하고, 농산물과 수산물, 목재·의료기기 등 미국산 제품의 중국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은 2027년과 2028년 각각 최소 1,000만 톤의 미국산 석탄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관세 휴전보다 중국의 약속이 실제 거래와 시장 접근 확대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앞선 합의에서도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보잉 항공기 구매 등이 당초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AP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기존 목표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과 보잉 항공기 구매 약속의 이행 지연 등을 보도했다.
보수 성향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정상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보다 실제 이행 여부와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이다.
② 대만 문제…경제 협상과 안보 문제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대만 문제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대만의 안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공개된 것은 없다.
따라서 원문의 “대만 무기판매 지연”을 회담의 확정된 결과처럼 표현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보수 성향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상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억지력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무역과 경제적 이해관계와 별개로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③ AI 협력…‘안전장치’와 기술 우위 사이
AI 분야에서는 양국이 새로운 대화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미·중은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기 위한 "미·중 슈퍼 인텔리전스(SI) 대화"를 설치하고 11월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AI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양국이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 문제는 미국 보수 진영에서 논쟁적인 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반면 양국 간 AI 사고 통보체계는 예상하지 못한 AI 관련 사고가 국가안보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인 스티브 예이츠는 회담을 앞두고 이번 정상회담을 큰 돌파구를 만드는 자리라기보다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maintenance visit"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펜타닐 문제 대응이 중요한 협상 의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전문가 고든 창 등은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관리하는 데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AI 개발에서 중국보다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④ 펜타닐·이란 문제…중국의 실제 행동 주목
펜타닐 문제에서도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펜타닐 전구체 화학물질 2종에 대한 추가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펜타닐 관련 법 집행 협력과 최근의 단속 성과도 논의했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단순히 일부 화학물질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실제 불법 유통망을 얼마나 차단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란 문제도 논의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국제 수로에 대한 통행료 부과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논의했다.
그러나 중국과 이란의 경제적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실제로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⑤ 희토류·핵심 공급망…미국의 의존도 낮추기가 과제
희토류와 핵심 광물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경제·안보 현안으로 남았다. 백악관은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및 기타 핵심 광물의 공급 부족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미국으로의 공급량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희토류는 전자제품뿐 아니라 방위산업과 첨단기술에도 사용되는 핵심 자원이다. 중국의 채굴뿐 아니라 정제 능력까지 고려하면 미국이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는 국내 생산 확대와 동맹국과의 공급망 구축을 통해 중국이 희토류를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휴전은 성과, 전략 경쟁은 계속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트럼프가 중국에 밀렸다”고 단정할 근거도, 반대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결정적인 전략적 양보를 받아냈다고 평가할 근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분명한 성과는 있다. 양국은 무역전쟁의 재확산을 피하고 휴전을 2개월 연장했으며, 미국산 석탄 구매와 펜타닐 전구체 통제, AI 관련 소통 채널 구축 등 구체적인 합의도 내놓았다.
그러나 대만과 첨단기술 경쟁, 희토류 공급망, 중국의 대미 무역구조 등 장기적인 전략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예이츠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회담을 관계 관리의 성격이 강한 회담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주요 언론들은 양국 사이의 근본적인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회담의 성패는 정상회담장에서의 악수나 우호적인 발언보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중국이 합의 사항을 얼마나 이행하는지, 미국이 무역과 기술·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우위를 얼마나 유지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관계는 당분간 ‘전면 충돌’과 ‘완전한 화해’ 사이에서 관리되는 경쟁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