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한인사회 복날 풍경"

Submitted byeditor on화, 08/04/2026 - 08:23

[시선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본격적인 무더위의 끝을 알리는 말복(14일)이 찾아온다. 올해는 장마철부터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미국 남부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도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무더위가 일찍 시작됐다. 중앙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 전역의 한인사회에서도 복날을 맞아 삼계탕 등 보양식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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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은 중복, 말복과 함께 "삼복(三伏)"이라 불리는 절기의 시작이다. 삼복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를 뜻하며,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이후 첫 번째 경일로 정해진다.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 복날마다 보양식을 먹는 풍습을 이어왔다. 뜨거운 음식으로 몸의 기운을 보충해 더위를 이겨낸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오늘날 복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삼계탕이다. 그러나 삼계탕이 복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인삼 재배와 유통이 활발해진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장어, 민어, 추어탕, 육류탕 등 다양한 보양식을 즐겼으며, 음식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조선시대에는 삼복이 되면 고위 관리들에게 얼음을 받을 수 있는 ’빙표(氷票)’를 지급했다. 일반 백성들은 얼음을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곡이나 강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무더위를 견뎠다.

복날과 관련된 민속도 다양하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복날에 내리는 비를 풍년을 가져오는 ‘농사비’로 여겼지만, 충북 보은에서는 대추 농사에 좋지 않다는 믿음이 있어 “복날 비가 오면 보은 처녀가 운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또한 “복날에 강에서 목욕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설도 있었지만, 이는 민간신앙으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도 초복은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뉴욕과 뉴저지, 애틀랜타, 달라스, 로스앤젤레스, 중앙 플로리다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는 삼계탕 전문점과 한식당들이 복날 특선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한인마트에서는 영계와 인삼, 대추, 찹쌀 등 삼계탕 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계탕뿐 아니라 장어구이, 갈비탕, 추어탕, 전복죽 등 다양한 보양식을 즐기는 가정도 늘고 있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는 복날 문화는 미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양식도 중요하지만 폭염 속에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약자와 어린이, 만성질환자는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온열질환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말복은 단순히 삼계탕을 먹는 날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도 복날은 고향의 정취를 떠올리며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 있는 날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