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미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H-1B 취업비자 신청 수수료 10만 달러 부과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레오 소로킨 판사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신규 H-1B 비자 신청 수수료 10만 달러 부과 정책은 의회의 승인 없이 부과된 사실상의 세금에 해당한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민주당 소속 20개 주 법무장관들이 제기했다. 원고 측은 해당 조치가 고급 인력 확보에 의존하는 기업과 대학, 병원, 연구기관 등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연방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사실상 새로운 세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이민법상 권한을 활용한 합법적 조치라고 맞섰다. 또한 해당 비용은 세금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제재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로킨 판사는 판결문에서 “10만 달러 납부금은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세금의 성격을 가진다”며 대통령에게는 이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의회가 명확히 승인하지 않은 세금을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부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과학자, 의사, 연구원, 회계사 등 고숙련 전문 인력을 해외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취업비자 제도다. 매년 일반 쿼터 6만5천 건과 미국 대학원 학위 소지자 대상 2만 건이 별도로 배정된다.
기존 H-1B 비자 취득 비용은 일반적으로 수천 달러 수준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신규 비자 신청에 대해 1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신청 건수가 급감했으며, 올해 2월 기준 실제 납부 건수는 85건에 불과한 것으로 법원 서류를 통해 확인됐다.
경제계와 기술업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해당 수수료가 미국 기업들의 인재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기술·의료·연구 분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특정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명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합법 이민 제한 정책을 둘러싼 또 하나의 중요한 법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향후 항소심 결과에 따라 H-1B 비자 제도와 취업이민 정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