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하이코리언뉴스] =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는 건 알죠. 그런데 지금은 매달 내야 할 돈도 빠듯해요.” “저는 모아놓은 것도 별로 없어서 볼 것도 없어요.” 상담하면서 듣는 95%의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재정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장과 카드 명세서를 펼쳤다가 생각보다 돈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처럼 느껴지면 어떡하지? 지금 나이에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답이 나오면 어떡하지?
그래서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계산은 계속 다음으로 미루게 됩니다.하지만 재정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성적표를 받는 일이 아닙니다.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지도에 가깝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얼마가 있나요?”부터 묻지 않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만나는 분들의 모습을 하나의 사례로 묶어보겠습니다. 50대인 A씨는 은퇴 준비에 관해 물으면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매달 나가는 돈이 많아서 저축할 여유가 없어요.” 하지만 종이 한 장에 재정 상황을 적어보니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전 직장에 그대로 남아 있던 401(k)가 있었고, 몇 달 뒤면 자동차 할부금이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잘 사용하지 않는 정기구독 결제도 여러 개 있었습니다. 큰돈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A씨에게 필요했던 것은 “은퇴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아니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나도 시작할 수 있겠네”라고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계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섯 가지만 펼쳐보세요
1. 한 달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
세금과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통장에 들어오는 평균 금액을 적습니다. 수입이 매달 다르다면 최근 3개월 정도의 평균을 사용합니다.
2. 매달 자동으로 나가는 돈
모기지나 렌트, 공과금, 보험료, 자동차 비용, 카드 결제, 구독료처럼 생각하지 않아도 빠져나가는 돈을 적습니다. 처음부터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만 확인합니다.
3. 언젠가 끝나는 지출
자동차 할부금, 학자금, 자녀 지원금, 개인대출처럼 종료 시점이 있는 지출을 따로 표시합니다.지금은 저축할 여유가 없어 보여도, 특정 지출이 끝나는 시점이 새로운 은퇴 준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4. 흩어져 있는 내 돈
현재 직장의 401(k)뿐 아니라 이전 직장에 남겨둔 은퇴계좌, IRA, 연금, 저축계좌 등도 함께 적습니다.금액이 작거나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계좌가 어디에 있는지만 확인해도 충분합니다.
5. 갑작스러운 일을 막아줄 준비
비상자금이 전혀 없다면 예상하지 못한 자동차 수리비나 의료비 때문에 은퇴계좌를 중단하거나 꺼내 써야 할 수 있습니다.따라서 은퇴계좌에 돈을 넣는 것과 함께, 갑작스러운 지출을 견딜 수 있는 작은 안전판도 살펴봐야 합니다.
6.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언제 완전히 은퇴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앞으로 5년, 10년, 15년 중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은퇴 준비에서는 현재의 금액만큼 남아 있는 시간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얼마를 모을지는 ‘큰 목표’보다 ‘가능한 월 금액’부터 계산합니다
처음부터 “은퇴자금으로 5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식의 큰 숫자를 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금 가능한 금액부터 계산해봅니다.
평균 월 실수령액
− 꼭 필요한 생활비
− 최소 부채상환액
= 현재 조정할 수 있는 금액
남은 금액 전부를 저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한 지출을 감당할 여유를 남기고, 생활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지속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 실수령액이 $5,000이고, 꼭 필요한 지출과 부채상환액이 $4,400이라면 조정할 수 있는 돈은 $600입니다. 이 가운데 $300부터 은퇴 준비에 사용하기로 했다면:
$300 × 12개월 = 첫해 적립 목표 $3,600
8개월 뒤 자동차 할부금이 끝나고, 그중 $200를 은퇴 준비에 추가한다면:
- 처음 8개월: $300 × 8 = $2,400
- 이후 4개월: $500 × 4 = $2,000
- 첫해 적립금: 총 $4,400
- 다음 해부터: $500 × 12 = 연간 $6,000
앞으로 12년이 남아 있다면 투자수익과 물가를 제외한 단순 원금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해 $4,400 + 이후 11년간 $66,000 = 총 $70,400
여기에 현재 가지고 있는 은퇴자산, 직장에서 제공하는 적립금, 그리고 투자 결과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이 최종 은퇴계획은 아닙니다. 하지만 “막연히 돈이 없다”는 생각을 “나는 지금 $300부터 시작하고, 8개월 뒤에는 $500로 늘릴 수 있다”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꾸어줍니다.
바로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처음 계산한 금액이 작아도 괜찮습니다
매달 $100이나 $200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큰 금액을 무리하게 시작했다가 몇 달 만에 중단하는 것보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시작해 계속 늘려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자동차 할부금이 끝났을 때, 빚 하나를 갚았을 때, 소득이 늘었을 때 그 돈의 일부를 은퇴 준비로 옮길 수 있습니다.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다음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50을 더 준비할 수 있을까?”
이렇게 시작한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한 방향을 만들어줍니다.
은퇴 준비는 자신을 혼내는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가족을 돌보느라, 사업을 유지하느라, 자녀를 키우느라 자신의 은퇴 준비가 뒤로 밀렸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선택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일도 누군가의 재정을 평가하거나 겁을 주는 큰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흩어져 있는 숫자를 한 장에 모으고, 놓치고 있던 가능성을 찾고,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금액과 다음 순서를 함께 정리하는 일입니다.
혼자서 통장과 명세서를 펼쳐보는 것이 두렵다면 함께 봐도 괜찮습니다. 오늘 당장 완벽한 은퇴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 3개월의 수입, 자동으로 나가는 돈, 언젠가 끝나는 지출, 그리고 흩어져 있는 계좌만 종이 한 장에 적어보세요.
은퇴 준비는 큰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네.”
그 작은 희망에서 시작됩니다.
KNE Life Pla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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