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코리언뉴스/편집국] = 국제유가가 지난 한 달 넘게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처음으로 시작된 지난 2023년 10월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석유·가스 시설을 집중 공격해 글로벌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중동 지역 일대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이란이 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인플레이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4일 북해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1.3달러(1.5%)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마감했다.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거의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도 어제 1.16달러(1.36%) 상승한 86.59달러에 장을 마쳤다.
최근 한 달간 WTI는 10.8%, 브렌트유는 12.3% 급등했다.이같은 국제유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은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중동 일대 확전 위험이다.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있을 것에 대비해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터키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지난 3월부터 유가를 밀어 올린 공급 차질 문제도 여전하다.원유 수급 차질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인공지능(AI) 드론이 러시아의 전자 방어망을 뚫고 잇따라 주요 에너지 수출 시설을 공습하면서 빚어졌다.로이터 통신은 최근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출 능력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최대 14%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6월 대선을 앞둔 멕시코에서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미국과 아시아 등의 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취소하며 원유 공급을 줄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호재를 맞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인 OPEC+는 지난 3일(수)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2024년 2분기까지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Bank of America는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평균 86달러로 예상하며 올 여름에는 최고 95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된 데 기인했고 예상보다 양호한 수요와 석유 생산 감소 등 펀더멘털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지난해 평균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면 제조업 원가와 운송비, 냉난방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물가가 불안정해지면 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인하가 힘들어져 고금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어 결국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유가는 11월 미국 대선 등 각국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은 유권자들의 경제에 대한 불만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는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Financial Times는 미국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유가 상승 유발을 우려하며 러시아 정유소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경고를 보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