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라하시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플로리다주가 2026-27학년도부터 공립학교에서 "공산주의의 역사(History of Communism)"를 가르치는 새로운 교육 기준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 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플로리다 교육부에 따르면 주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1월13일 새로운 "History of Communism" 교육 기준을 승인했으며, 해당 기준은 2026-27학년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교육부는 새로운 기준이 공산주의 이념과 공산주의 정권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을 남용하며 광범위한 고통을 초래한 과정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공산주의의 역사와 그 결과를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공산주의 정권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와 희생을 가르치는 동시에 미국의 자유와 헌법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교육은 드산티스 주지사가 2024년 서명한 상원법안 SB 1264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2026-27학년도부터 플로리다 공립학교에서 연령과 발달 수준에 맞는 공산주의 역사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미국 내 공산주의 운동과 그 전술, 해외 공산주의 정권에서 발생한 참상,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등 정치 이념의 비교, 20세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산주의의 위협 등을 교육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공산주의 정권 아래에서 발생한 대규모 학살, 러시아 혁명과 소련 체제, 쿠바의 공산주의 정책과 쿠바공산당의 역사, 라틴아메리카로 공산주의 이념이 확산된 과정 등이 교육 대상에 포함된다. 또 공산주의 혁명이 발생하기 전의 경제·산업·정치적 상황도 함께 살펴보도록 했다.
교육부는 새로운 기준에 맞춰 K-12 사회과목 기준을 개정했으며, "History of Communism 1’과 ‘History of Communism 2” 라는 새로운 과목도 신설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은 단순히 고등학교 특정 과목에 한정된 교육이 아니라 공립학교 전반의 사회과 교육과정에 공산주의 역사를 포함시키는 조치다.
이미 시행 중인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의 날’
플로리다는 새로운 공산주의 역사 교육에 앞서 이미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의 날(Victims of Communism Day)"을 운영해 왔다.
플로리다주는 2022년 법률을 통해 매년 11월7일을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2023-24학년도부터는 9~12학년 가운데 필수 미국 정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최소 45분 동안 공산주의와 공산주의 정권의 역사에 대해 교육하도록 했다.
교육 내용에는 블라디미르 레닌과 러시아 혁명, 이오시프 스탈린과 소련 체제,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 폴 포트와 크메르루주 등이 포함된다. 학생들은 이들 정권 아래에서 발생한 빈곤과 기아, 강제이주, 폭력,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의 문제도 배우게 된다.
2024년 SB 1264는 이 같은 기존 교육을 보다 광범위한 공산주의 역사 교육으로 확대했다. 법은 미국 내 공산주의 운동과 해외 공산주의 정권의 역사를 함께 다루고, 공산주의가 미국과 동맹국에 미친 위협을 20세기 역사의 맥락에서 살펴보도록 했다.
매카시즘·냉전 교육 놓고 논란
새로운 교육 기준을 둘러싸고는 역사 교육의 균형을 놓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역사학자와 교육 전문가들은 플로리다의 새로운 기준이 공산주의 정권의 폐해와 반공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매카시즘과 냉전 시대의 정치적 탄압,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충분히 다루지 않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AP통신은 플로리다의 새 기준이 조지프 매카시 전 상원의원과 하원 비미활동위원회(HUAC) 등 반공주의 인사와 활동을 보다 긍정적인 맥락에서 다루고 있으며, ‘매카시즘’과 ‘레드 스케어’ 같은 용어에 대해서도 기존의 역사적 평가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방식이 당시의 블랙리스트와 정치적 탄압, 시민의 자유에 미친 영향을 축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플로리다 교육 당국은 공산주의의 역사적 결과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의 역사적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플로리다 교육부는 새 기준이 공산주의 정권이 어떻게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했는지를 이해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미국의 자유와 헌법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쿠바계 미국인 사회의 역사적 경험도 배경
플로리다의 반공주의 교육정책에는 쿠바계 미국인 사회의 역사적 경험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쿠바 혁명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이애미-데이드 지역에서는 카스트로 정권과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 정서가 오랫동안 강하게 유지돼 왔다.
실제로 SB 1264는 공산주의 역사 교육뿐 아니라 마이애미데이드 칼리지에 ‘미주 자유 연구소(Institute for Freedom in the Americas)’를 설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미주 지역의 민주주의와 정치·경제적 자유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플로리다의 새로운 교육정책은 공산주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찬성 측은 공산주의 정권의 역사적 참상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판 측은 정부가 특정 정치적 관점에 맞춰 역사 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26-27학년도부터 본격 시행되는 플로리다의 공산주의 역사 교육이 반공 교육과 역사적 균형 사이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