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북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느냐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Yeah, he has)”고 밝혔다.
"현재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떤 경로로, 어떤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한 사실을 공개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는 것이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상황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과거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김정은은 나를 매우 존중했고, 우리는 여러 차례 대화하고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그를 이해하고, 그도 나를 이해한다”며 “내가 하는 일은 상황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훈련 축소, 미북 대화 위한 신호인가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을 상당 폭 축소하는 방안을 이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앞두고 나온 조치여서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김정은과의 관계를 거듭 강조하면서 과거에도 자신이 북한과 직접 대화해 긴장을 낮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군사적 억제력을 강조했던 전통적인 대북 접근과 함께, 정상 간 직접 협상을 통해 핵 문제와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려는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어느 수준까지 호응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전문가들도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한국의 안보 기여도 강하게 문제 제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문제와 함께 한국의 대미 안보 기여와 이란 문제에 대한 협조 여부를 강하게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이 사실상 거절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3만9,000명의 병력을 그곳에 배치해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미국이 동맹국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동맹국들도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으로 알려져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만9,000명과는 차이가 있다. 미 의회조사국도 주한미군 규모를 약 2만8,50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이 한국뿐 아니라 유럽 등 동맹국의 방위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내가 원하는 것은 공정성”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국의 안보 부담 확대 약속도 이미 합의
한국의 대미 안보 기여 확대는 새로운 요구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개된 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250억 달러를 구매하고,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는 계획을 공유했다.
또 한국은 국방비를 가능한 한 조속히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단순히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문제를 넘어 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어느 정도의 방위 책임과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재협상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자산에 의존하는 만큼 방위비뿐 아니라 무기 구매, 국방비 증액, 주둔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미북 정상회담 재가동 가능성 주목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결국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났으며,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외교적 자산으로 평가해왔다.
이번에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고도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상회담과는 조건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은 한미 정상 간 공동 설명자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단순한 비핵화 협상에 그치기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관리,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대북제재 등을 둘러싼 복합적인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응답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동시에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 공식적으로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로 어떤 답변을 보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조치가 한반도 긴장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협상 전략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한미동맹의 군사적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지가 향후 미북 관계와 한미동맹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