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구글이 올해 2분기(4~6월) ‘조직적 영향공작(coordinated influence operations)’ 조사 과정에서 한국어 유튜브 채널 449개를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위협분석그룹(TAG)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영향 공작 보고서(Influence Operations Bulletin Q2 2026)’에 따르면, 구글은 4월 22개, 5월 367개, 6월 60개의 한국어 유튜브 채널을 종료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보고서에 한국어 채널 종료 사례가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규모다.
구글은 이들 채널을 단순히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삭제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TAG가 조사한 대상은 여러 계정이나 채널을 조직적으로 활용해 특정 메시지를 확산하는 것으로 판단된 ‘조직적 영향공작’ 네트워크다. 구글은 과거에도 국내외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적발해 계정을 종료해 왔다.
이번에 종료된 한국어 채널들의 콘텐츠 성향도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구글 보고서를 분류하면 255개는 한국 정부 또는 여당 등에 비판적인 콘텐츠를 담았고, 151개는 한국 정부나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콘텐츠를 담았다. 21개는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함께 나타났으며, 22개는 특정 한국 정치인을 지지하면서 다른 정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월별로 보면 4월에는 한국 정치인을 지지하면서 특정 정당을 비판하는 채널 22개가 종료됐다.5월에는 한국 정부·정당을 비판하는 채널 53개, 한국 정부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채널 43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채널 37개, 정부 지지 채널 20개, 정부 비판 채널 142개 등이 종료됐다.
6월에도 한국 정부와 정당을 비판하는 채널 22개, 정부 비판 채널 13개, 정부 및 정당 비판 채널 25개가 종료됐다. 이 숫자를 합하면 전체 449개가 된다.
이처럼 친정부와 반정부 성향이 모두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단순히 특정 정치 진영에 대한 검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구글이 문제 삼은 핵심은 콘텐츠의 정치적 방향보다는 여러 계정을 이용한 조직적 활동 여부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449개 한국어 채널의 배후 또는 운영 주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 TAG는 중국·러시아 등 특정 국가와 연계됐다고 판단한 네트워크의 경우 보고서에 이를 명시해 왔다. 실제 이번 2분기 보고서에서도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 유튜브 채널을 별도로 집계했으며, 4월 1,763개, 5월 5,090개, 6월 2,320개 등 총 9,173개 채널을 중국 인민공화국(PRC) 연계 네트워크로 분류했다. 여기에 별도의 중국 연계 채널 13개를 더하면 중국 관련 종료 채널은 총 9,186개다.
반면 한국어 449개 채널에 대해서는 구글이 중국이나 다른 특정 국가와의 연계를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449개 채널을 중국 정부가 운영한 영향공작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중국의 한국 대상 온라인 영향공작이 과거부터 확인돼 왔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 스팀슨센터는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적한 중국 연계 영향공작 행위자 Storm-1376(Spamouflage)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국어 콘텐츠를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해당 캠페인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둘러싼 한국 내 논쟁을 대상으로 수백 건의 한국어 게시물을 여러 플랫폼과 웹사이트에 조직적으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도 중국 연계 영향공작 의혹을 보여주는 사례가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2023년 중국 언론홍보업체 등이 국내 언론사와 유사한 이름과 도메인을 사용해 한국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하고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유포한 정황을 발표했다. 일부 사이트에는 친중·반미 성향의 콘텐츠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24년에는 국내 연구진이 네이버와 유튜브 등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계정들의 조직적인 댓글 활동을 분석해 한국과 중국의 경쟁 산업과 관련된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황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 연구 역시 개별 계정의 실제 국적이나 배후를 모두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대규모 채널 종료를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과 직접 연결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올해 7월 7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신고 및 처리 절차와 자율적인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관련 처리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구글 TAG의 2분기 보고서는 7월 31일 공개됐지만, 보고서에 기록된 실제 조사·종료 시점은 4월부터 6월까지다. 구글은 이번 449개 채널의 종료가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조치라고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새 법 시행을 앞두고 구글이 한국 정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채널을 폐쇄했다”는 주장은 현재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 추정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것보다 449개 채널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돼 있었고 누가 운영했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다.특히 구글이 정치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콘텐츠를 생산한 채널들을 모두 ‘조직적 영향공작’ 조사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서로 다른 국내외 네트워크가 각각 활동했을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이용해 사회적 갈등을 확대하려는 하나 이상의 조직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TAG 보고서만으로 어느 하나를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결국 이번 449개 채널의 대규모 종료는 한국 온라인 공간에서 조직적인 정치 영향공작 활동에 대한 구글의 탐지와 조치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구글이 해당 채널들의 운영 주체와 국가 연계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향후 보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가 향후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정책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