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 하이코리언뉴스] 김태리 기자 =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한미 통상 관계에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35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KFTC)의 규제 집행과 디지털 플랫폼 정책, 쿠팡에 대한 조사 및 과징금 부과 등을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불리한 규제를 시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짐 조던(Jim Jordan) 위원장이 이끄는 하원 법사위원회와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회가 올해 초부터 진행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미국 기업만 집중 규제”
보고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에 대해 과도한 조사와 제재를 반복적으로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벽 현장 조사, 장시간 조사, 형사고발 가능성 제기 등을 통해 미국 기업들에 과도한 규제 부담을 안겼으며, 이는 한국 경쟁 기업에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 관련 입법과 규제가 결과적으로 미국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차별 원칙과 최근 체결된 디지털 무역 관련 합의 정신에도 배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 사례를 핵심 사례로 제시
보고서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은 쿠팡 사례다. 보고서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집중적인 조사와 제재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국가정보원(NIS)과 대통령실이 복구 과정에 관여했다는 쿠팡 관계자의 증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보고서는 쿠팡 임시대표였던 해롤드 로저스의 의회 증언과 제출 자료를 인용해 국정원이 쿠팡 측에 특정 조치를 요청했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에 대해 “국정원이 쿠팡에 어떠한 지시나 명령, 승인도 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보고서는 이러한 상반된 주장도 함께 소개하면서, 위원회가 확보한 자료는 국정원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과징금과 미국 투자자 영향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에 부과한 대규모 과징금과 반복적인 조사로 인해 쿠팡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고, 미국 투자자와 미국 판매업체에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 플랫폼을 통해 미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규모가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이번 규제가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다만 쿠팡에 대한 과징금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행정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며, 최종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미 통상 협상에도 영향 가능성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의회 조사보고서를 넘어 향후 한미 통상 협상의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미국 의회 의원들은 한국 정부에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으며, 미국 행정부 역시 디지털 규제와 온라인 플랫폼 정책을 한미 무역 협상의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보고서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나 행정부가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분석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쿠팡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정책 전반을 미국 의회가 통상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의회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 방식과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공식 문서화했다는 점은 향후 한미 무역 관계에서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정원 역시 보고서에서 제기된 일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미국 의회의 시각을 담은 정치적·정책적 문서라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향후 한국 법원의 쿠팡 사건 판결과 한미 양국 정부의 통상 협의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