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하면서 한미동맹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substantially reduce)"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를 지켜왔다는 점도 훈련 축소의 이유로 들었다.
이번 발언은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UFS)"가 시작되기 직전에 나왔다.
당초 UFS는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실시될 예정이었으며, 약 1만8,000명의 한국군이 참가할 계획이었다. 훈련에는 지휘소 연습뿐 아니라 드론·사이버·GPS 교란 등 현대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이후 한미 양국은 훈련 기간과 규모를 실제로 축소했다. 올해 UFS는 당초 11일에서 5일로 줄어들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 또는 시뮬레이션으로 전환됐다. 다만 한미 군 당국은 핵심적인 연합방위 및 대비태세 훈련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이번 결정에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표를 통해 훈련 축소 사실을 알았으며, 사전에 한미 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한국, 이란 비핵화 지원 요청에 사양”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축소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군사적 지원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과 관련한 미국의 군사적 노력, 특히 자신이 표현한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을 물었지만 한국 측이 "고맙지만 사양하겠다(No thanks)"는 취지로 답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근거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실제로 같은 표현으로 답변했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앞서 3월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군사 임무에 동맹국들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검토하면서도 실제 군함 파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후 지난 7월에도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을 다시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내 군함 파견 등 군사적 기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훈련 축소 발표에서 한국의 이란 관련 군사 지원 거부를 직접 언급한 것은 단순한 한반도 군사훈련 문제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글로벌 역할과 동맹국의 기여에 대한 불만을 함께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방위비·대미투자 이행도 압박” 분석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비용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 김정은 위원장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가진 뒤에도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하며 중단 또는 축소를 추진한 바 있다. 이번 조치 역시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한국의 대미 투자와 방위비·안보 기여 문제도 변수로 꼽힌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달러를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국방비를 GDP의 3.5% 수준으로 늘리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 양국은 별도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전략적 투자에 배정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측에서는 이 투자 약속의 구체적인 이행을 둘러싼 불만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결정이 이란전쟁 지원 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행과 관련한 압박과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전했다.
따라서 이번 훈련 축소를 단순히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로만 보기보다는 한국의 군사적 기여와 대미 투자, 중동 문제에 대한 동맹국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압박하는 트럼프식 동맹 관리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미동맹의 ‘글로벌 역할’ 놓고 시각차
한미동맹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한반도 방위가 핵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인도·태평양과 사이버·우주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됐다.
미국과 한국은 2024년 외교·국방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을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규정했다. 또한 사이버 공격과 우주 영역에서의 공격도 일정한 조건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중동 문제를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안보 기여를 요구하고, 한국이 한반도 방위 중심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양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훈련 축소를 "상황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연합훈련 축소가 오히려 한미 양국의 대비태세와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UFS가 단순한 ‘전쟁 연습’이 아니라 지휘관 교체와 병력 순환이 계속되는 한미 양국 군의 상호운용성을 유지하는 핵심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선택, 북미대화 재개 신호인가
이번 결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관계를 훈련 축소의 직접적인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이번 조치가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확대하고 있어, 단순히 연합훈련을 축소한다고 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직접적인 외교를 다시 추진하려는 신호인 동시에, 한국에는 동맹국으로서 더 많은 군사·경제적 기여를 요구하는 압박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동맹이 북한 억지라는 전통적 안보 목표와 미국의 글로벌 전략 사이에서 어떤 새로운 균형점을 찾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