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구 감소 시대” 진입하나

Submitted byeditor on목, 12/18/2025 - 15:34

[사회 = 하이코리언뉴스] 편집국 = 미국이 출산율 하락, 고령화, 이민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장기적인 인구 감소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인구 축소는 노동력 감소와 성장둔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 가족 구조, 환경 정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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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진단은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주최한 전국 브리핑에서 인구·보건·경제·환경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해 제시됐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여성·보건이니셔티브 디렉터인 애나 랭어 박사는 “인구 변화는 출산율, 사망률, 이주, 연령 구조라는 네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며 “이 가운데 출산율 하락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예외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랭어 박사에 따르면 1970 년대 여성 1 인당 평균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약 5 명이었지만, 2024 년에는 2.2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1960 년대 약 3.5 명에서 현재 1.6명으로 하락했다. 아시아와 중남미의 다수 국가도 이미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 출산율(2.1 명)을 밑돌고 있다.

이러한 출산율 감소의 배경으로는 주거·보육 비용 부담 불확실한 경제 전망 기후위기와 국제 정세에 대한 불안 여성의 교육 수준과 노동시장 참여 확대 성별 역할 불균형 등이 꼽힌다. 랭어 박사는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가사·돌봄을 동시에 감당해하는 구조에서 출산은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사례도 언급됐다. 랭어 박사는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 세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출산율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높은 생활비와 경력 압박, 늦어지는 결혼등 구조적 요인이 정책 효과를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1.1 명 안팎으로 세계 최저 수준에 속한다. 그는 “현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은 기본적 권리 보장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인구감소 흐름을 되돌릴 수단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20~30 년 내 경제 성장률 직접 타격”

인구 구조 변화는 향후 수십 년간 경제 성장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노동 가능 인구 감소에 대응해 인공지능(AI) 과 자동화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의 아누 마드가브커 파트너는 “앞으로20~25 년 안에 고령화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낮출 것”이라며 “이는 선진국뿐 아니라 고성장을 이어온 개발도상국에도 상당한 부담”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서유럽, 일본, 한국 등은 이미 노동 가능 인구가 정점을 지난 반면 65 세 이상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며 “현재 4 명의 노동자가 1 명의 고령자를 부양하는 구조가향후 2 대 1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AI 와 자동화 기술 도입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 확대만으로는 한계… 사회계약 재정립 필요”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를 단순한 통계상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환경·젠더·이민·복지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가족이 담당하던 돌봄 기능을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지, 노동 기간과 은퇴 개념을 어떻게 재조정할지, 경제 성장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드가브커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면 현재보다 최소 1.5 배, 많게는 5 배까지 이민자가 필요한데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 수준의 미국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50 만 명의 신규 이민자가 유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랭어 박사 역시 “이민자 출산율도 시간이 지나면 사회 평균에 수렴한다”며 “이민은 단기완충 장치일 뿐 근본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출산율을 높이려면 강제적 장려 정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조건과 권리를 보장하는 구조적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