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하이코리언뉴스] = 위대한 사람들의 얘기는 항상 듣고 싶고 또 말하고 싶은 주제이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쯔 (Juan Diego Florez)는 1996년에 불과 23세로 라 스칼라에서 데뷔 한후 즉시 파바로티 (Pavarotti) 의 후계자 일인자로 부각되었다. 그후 테너의 왕자로 오페라계를 군림하면서, 그가 출현하는 음악회나 오페라는 고가의 입장료가 순식간에 매진된다.
Credit : juandiegoflorez.com
나는 파바로티의 열열한 팬으로 그가 2007년에 세상을 떠나자,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는데, 어느 친구가 강력히 플로레쯔를 추천해 주면서, 그의 CD를 꾸준히 보내 주었다. 덧붙이자면, 플로레쯔는 파바로티 보다 하이 씨 (High C) 를 더 쉽게 부른다고 칭친을 해왔다. 나는 플로레쯔에게 정이 안가는데, 내 친구의 강요로 플로레쯔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나는 플로레쯔에 고개를 숙이고 그를 위대한 인물로 존경하게 되었다. 그의 개인 생활중 한면을 알게 된 후이었다. 그는 위대한 사람이다.
플로레쯔는 남미 페루에서 태어났다. 페루는 잉가 (Inca) 의 땅이었으나, 1553년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짜로 (Francisco Pizarro) 가 정복한후 스페인계의 후예들이 페루의 정치적 경제적 주도권을 오늘까지 잡고있다. 스페인계는 현재 페루 인구의 약 6% 이고 나머지가 원주민이다. 플로레즈는 스페인계의 후예이나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상위권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타고난 음악의 천재성과 부모의 열성적인 뒷받침으로 세계의 최고 테너로 정상급에 올랐다.
유럽에서 경력을 쌓는중, 플로레쯔는 독일 여자와 결혼후에 생활권이 유럽이 되었다. 그의 출연은 유럽에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고, 이에따른 재산도 불어났다.
찬란한 스타 생활속에서, 그는 멀리있는 자기의 조국 페루와 페루의 국민들을 잊지 않았다. 그는 불우한 청소년 소녀들에게 음악을 통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펼치어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극심한 가난속에서 절망과 분노만이 생활의 전부이었던 어린 아이들에게 악기를 나누어 주고 음악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바이얼린, 첼로, 클라리넷, 오보, 트럼펫, 등등의 악기를 사주고 재능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선정하여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합창단도 구성해 주었다.
페루의 극빈자는 인구의 26% 라고 하며, 이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며, 아이들은 성장하기도 전에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흉악 범죄단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그런 참혹한 현실을 플로레쯔는 화려한 유럽의 특권층 생활속에서 잊지 않았다.
플로레쯔는 개인재산을 풀어 악기를 사주는데에 그치지 않고, 그 비싼 자신의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연습을 같히 하였다. 아이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무대에 올라갈 경지까지 다달으자, 그는 이이들을 유럽으로 초대하며 비엔나에서 연주를 주선하였다.
비엔나는 음악의 도시로 최상급의 음악회가 항상 연주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음악 애호가들이 공연을 보러 모여드는 곳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페루 어린이들의 공연은 표판매가 부진할게 뻔했다. 플로레쯔는 자신을 던지듯, 자신의 찬조 출연을 프로그램에 넣었고. 과연 관중들은 플로레쯔의 이름을 보고 표를 매진 시켰다.
페루에서 유럽을 간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들에게 엄청난 일이었다. 더구나 유럽의 수준높은 관중앞에 서서 연주를 하다니, 또 그토록 열심히 연습하면서 흠모했던 모찰트의 생가를 방문하다니, 아이들은 흥분속에서 나날을 보냈다.
여행길에 나선 어린이들의 모습이 나의 눈을 끌었다. 그중 제일 눈에 띄인것은, 겸손한 하얀 블라우스, 하얀 셔츠, 검정치마, 검정 바지가 아니고, 하나같이 까맣고 윤기나는 머리가 아니고, 아이들과 함께 춤추는 자그마한 더플백도 아니고, 각자가 소중하게 끌어 안고있는 악기통도 아니었다. 나의 눈은 아이들의 표정에 못박히었고, 아이들의 얼굴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감출길이 없이 터지어 나오는 행복감, 만족감, 자신감을 억제 못하고 그냥 웃음만 짓는 어린이들의 얼굴이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그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플로레쯔의 업적을 다 말해주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의 테너로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으나, 플로레쯔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선사업에 몸을 담았다. 깊은 어둠속에 빠져있는 어린이들을 끌어 내어,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를 열어주면서, 그들에게 절망대신 희망을, 불우대신 행복을, 눈물대신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쯔는 위대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