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정치 이야기 "트럼프 트위터의 비밀"

Submitted byeditor on금, 05/10/2019 - 23:17

[하이코리언뉴스/편집국]=지난 25일 오바마 대통령 당시 8년간 부통령을 지냈던 조 바이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출마를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졸린 조(Sleepy Joe)가 대선경주에 뛰어든 것을 환영한다”고 곧바로 응수했습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강력한 후보인 바이든의 출마 뉴스에 맞서 트럼프는 이 트윗 하나만으로 더욱 강력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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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겠지만 이 트윗은 정부의 공식 계정이 아니라 트럼프의 개인 계정인 ‘realDonaldTrump’를 통해 나온 것입니다. 이 계정의 팔로워는 무려 5990만명으로 공식 계정인 POTUS(2570만명)의 2배 가량이 됩니다. 트럼트 대통령이 지난 2009년부터 개인적으로 사용해온 이 계정은 지난 2016년 선거전 때부터 위력을 발휘해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프로파간다(선전) 수단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트윗들은 정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올리는 것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입니다. 보스턴글로브지는 지난해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보도했는데 제목이 ‘Inside the Trump Machine’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 개인 트윗들은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트위터 팀’의 작품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팀의 멤버 숫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략 7-8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백악관 서쪽에 위치한 아이젠하워 오피스 빌딩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이들은 트윗들이 트럼프가 직접 작성한 것처럼 보이려고 그의 말투와 화법을 완벽하게 연구한 뒤 일부러 틀린 문법을 사용하고, 대문자를 남용하는 등의 재주를 부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트윗들은 대통령의 허락을 받은 뒤에야 공개되며,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지시한 내용들을 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하루 수십개의 트윗을 ‘날리고’ 각종 신문과 케이블 뉴스 내용에 일일히 대응할 정도로 한가한 직업은 아닙니다. 신문에 따르면 트위터 팀이 작성한 트윗은 3-4개의 초안으로 구성돼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이 가운데 하나가 낙점되면 곧바로 게재됩니다. 때로는 대통령이 직접 문장을 손보며 필요한 주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팀의 리더는 누구일까요? 뉴욕타임스 등의 백악관 담당기자들은 현재 백악관 소셜미디어 디렉터인 댄 스캐비노(Dan Scavino Jr.)가 트럼프 트윗의 숨은 주역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스캐비노는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따라다니는 심복 중의 심복이며 현재 백악관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비서관이기도 합니다. 그는 6천만명 가까운 팔로워를 가진 트럼프 트위터가 팔로잉 하는 단 46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1976년생으로 현재 43세인 스캐비노는 16살때인 1992년 뉴욕의 한 골프클럽에 파트타임 청소일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골프를 치러 온 트럼프의 캐디가 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뒤 코카콜라 등에서 일하던 스캐비노는 2004년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의 부 매니저가 되면서 다시 트럼프를 만났고 2008년에는 이 클럽의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합니다. 2015년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당신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충성 서약을 한 뒤 캠페인에 참여해 트럼프 당선을 이끌어 냈습니다.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는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를 관리하던 스캐비노를 소셜미디어 디렉터로 임명했습니다.

철저히 트럼프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스캐비노는 지난 2017년 한 소송을 통해 전면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이 반대 댓글을 달아온 언론인과 텍사스주 경찰 등 7명의 계정 팔로우를 차단하자 컬럼비아대학의 수정헌법 1조 연구소가 이 트위터 계정 관계자들을 고소한 것입니다. 이 소송의 피고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호프 힉스 당시 언론담당 비서관, 그리고 바로 스캐비노 였습니다.

트럼프 트윗 가운데 가장 악명높은 내용들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호프 힉스도 백악관을 떠났고, 션 스파이서 대변인과 앤소니 스카라무치 대변인도 모두 물러났지만 스캐비노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트럼프를 보좌하느라 사실상 개인생활과 가족을 포기한 스캐비노는 지난해 18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부인 제니퍼와 이혼했습니다. 이런 개인적 아픔과 관계없이 트럼프의 트위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공격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을 담을 것입니다.

칼럼 출처 : AtlantaK 애틀란타한인뉴스포털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