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타=하이코리언뉴스]편집국=역전과 동타, 또 역전. 이글엔 버디로 응수하고, 기막힌 파세이브로 버디 퍼트를 남겨둔 경쟁선수에게 기선을 제압하고,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총상금 1100만달러)는 ‘골프 명인 열전’이라는 기존 표현에 ‘명불허전’이라는 또하나의 수식어를 추가해야 할 듯하다.
메이저 타이틀을 놓고 벌인 서른 일곱살 ‘동갑내기’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샷대결은 골프의 진수를 보여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을 마칠 때까지도 승자는 가려지지 않았고, 연장전을 벌인 끝에야 최후의 주인공이 된 선수는 가르시아였다. 메이저대회 74회 출전만에 이룬 인내심의 승리다.
9일 조지아주 어거스타 내셔널GC(파72·길이7435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4라운드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했다. 정규라운드 72홀을 플레이하고도 승부를 못가려 둘은 연장전에 들어갔다.18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 홀에서 로즈가 보기를 한 뒤 가르시아는 약 3.5m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고 생애 처음 마스터스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걸쳤다. 마스터스는 물론 메이저대회 첫 승이다. 이제 그는 ‘메이저대회 우승없는 선수 중 최고’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떼어버리게 됐다.
우승상금 198만달러(약 22억5000만원)를 받은 가르시아는 평생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가르시아는 세베 바예스테로스(1980,1983년),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1994,1999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른 세 번째 스페인 선수다.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6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던 두 선수는 최종일 다른 선수들이 추격권에서 멀어지자 매치플레이를 하듯 우승경쟁을 벌였다. 초반엔 가르시아가 앞섰다. 가르시아는 1,2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기세를 올렸다. 로즈가 5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바람에 두 선수의 간격은 3타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2013년 US오픈에서 메이저대회 첫 승을 올린 로즈는 4년만에 다가온 메이저대회 타이틀 앞에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6∼8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스터스 챔피언은 최종일 ‘백 나인’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가르시아가 후반 첫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로즈는 처음으로 1타 앞서나갔다. 가르시아는 11번홀에서도 보기를 쏟아내며 둘의 간격은 2타로 벌어졌다.짧은 파5인 13번홀(길이 510야드)은 버디나 이글을 노릴 수 있는 홀이다. 가르시아는 2타 간격을 일거에 만회하려 한듯했다. 그의 티샷은 왼편 숲속에 떨어졌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그는 그러나 4온 후 1퍼트로 소중한 파를 세이브했다. 그 장면을 본 로즈의 1m 버디 퍼트는 홀 왼쪽으로 흐르고 말았다. 로즈로서는 간격을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은 셈이다.위기에서 벗어난 가르시아는 14번홀(파4)에서 1.5m거리의 버디퍼트를 넣고 1타차로 접근했다.15번홀(길이 530야드)에서 명승부가 연출됐다. 가르시아가 2온 후 4m거리의 이글퍼트를 성공하고 환호하자, 로즈는 1m 버디로 맞장구쳤다. 중간합계 9언더파로 동타였다.
연습라운드 때 갤러리들에게 ‘수제비 샷’을 보여주는 16번홀(파3)에서도 둘의 ‘명품 샷’은 빛났다. 가르시아가 티샷을 홀옆 1.5m지점에 떨구자 로즈도 뒤질세라 홀옆 2m 지점에 볼을 갖다놓았다. 얼핏 가르시아가 유리한 듯 했으나 골프의 결과는 예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로즈가 버디를 성공하자, 가르시아의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다시 로즈의 1타차 선두였다.
마스터스는 그러나 올해도 최종일 18번홀을 마칠 때까지 승부예측을 불허했다. 로즈가 17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다시 동타가 됐다.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두 선수는 2m 안팎 거리의 버디 기회를 맞았으나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마스터스는 전통적으로 18번홀과 10번홀을 오가며 서든데스 연장전을 벌인다. 그러나 올해 연장전은 10번홀까지 가기 전에 승부가 가름났다. 로즈의 티샷이 왼편 숲에 떨어지면서 승부의 추는 가르시아쪽으로 기울었다.
레이업을 한 로즈의 세 번째샷은 홀에서 4m 지점에 멈췄다. 로즈의 파퍼트가 홀을 빗나갔고 그는 보기로 홀아웃했다. 우승을 확신한 가르시아의 버디퍼트는 내리막을 타고 구르더니 홀로 사라졌다.
메이저대회 도전 22년, 대회수로는 74개 대회만에 마침내 메이저 챔피언이 된 가르시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 순간 그는 경쟁을 벌였던 로즈 및 로즈 캐디, 자신의 캐디와 차례로 포옹했다. 실감이 안나는지 쪼그리고 앉아 18번홀 그린을 주먹으로 두어번 두드린 그는 기다리던 연인과 기나긴 포옹을 하며 우승기쁨을 만끽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7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1언더파 287타로 공동 11위를 차지했다.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커트를 통과한 안병훈(CJ대한통운)은 합계 5오버파 293타로 공동 33위를 기록했다. 그는 최종일 2언더파를 치며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내년 대회 자동출전권이 주어지는 공동 12위 안에는 들지 못했다. 재미교포 제임스 한은 합계 10오버파 298타로 53명 가운데 공동 48위에 머물렀다.
기사출처=엑스페론 골프 "김경수 골프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