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코리언뉴스] 최근 극장에는 개봉을 앞둔 영화 ‘미스컨덕트’(감독 시모사와 신타로, 30일 개봉) 포스터가 걸려있다. 이병헌 옆에는 할리우드에서도 손에 꼽는 배우 알 파치노를 비롯해 안소니 홉킨스, 조쉬 더하멜의 얼굴이 함께 있다. 7년 전 이병헌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감독 스티븐 소머즈)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할 때까지 만해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포샷(4 Shot)이다. 그러나 진짜 현실이 됐다. 이병헌은 벌써 다섯 번째 할리우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지난 2009년 이병헌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스톰 쉐도우라는 배역을 따내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 작품은 두 번째 시리즈 ‘지.아이.조 2’(감독 존 추)로 2013년에도 개봉했으며, 같은 해 이병헌은 ‘레드: 더 레전드’(감독 딘 패리소트)에도 출연했다. 이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해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다. 대사가 많은 편도 아니었고, 감정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지만 악역 중 하나인 T-1000 역으로 출연해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이병헌은 차근차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동안의 노력은 동료배우가 증언했다. 아침마다 학원에 가서 공부할 정도로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영화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볼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다고. 외국 작품을 하려면 일단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법. 평소의 노력이 쌓여 지금의 이병헌을 만든 셈이다. 이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2015) 개봉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승우가 들려준 이병헌의 일화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권 배우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로는 ‘액션’과 ‘과학자’ 정도. 그렇게 많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병헌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까지는 액션 연기를 주로 선보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병헌의 입지와 연기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진다.
이병헌은 지난 달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배우 최초로 참석했다.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시상대에 올라 외국어 영화상 부문을 시상했다. 전 세계를 통해 이병헌이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상식을 즐기는 모습이 중계된 것. 그의 능숙한 영어 실력과 매너는 시상식 이후 전 세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에서 다양성 논란을 뚫을 아시아 대표로 이병헌을 선택한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병헌은 글로벌한 관심을 이어가 올해에도 ‘미스컨덕트’라는 할리우드 신작을 선보인다. 베일에 가려진 히트맨이라는 매력적인 배역으로 출연한다. 이를 통해 무려 알 파치노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알 파치노와의 투샷은 국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게 하는 요소 중 하나. 무엇보다 액션 연기가 주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앞선 영화들이 액션 영화였던 것에 반면 이번 영화를 통해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게 됐다.
여기에 지난 17일(현지시각) 마카오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이하 AFA, Asian Film Award)에서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타면서 아시아대표로 인정받게 됐다.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배우’이자 ‘아시아대표 배우’로 우뚝 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