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정책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주요 외교 성과를 설명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직접 언급해 주목된다.

밀러 보좌관은 최근 폭스뉴스의 숀 해니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년 반 동안의 국정 성과를 설명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한반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기존 주류 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CBS, ABC, NBC를 비롯한 기존 언론은 민주당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디 애틀랜틱 등을 거론하며 이들 매체가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밀러 보좌관은 주류 언론의 평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미국의 국내외 문제를 빠르게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정책 성과를 열거하면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 번도 달성되지 못했던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무역관계를 재조정하고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제조업과 핵심 공급망을 보호했으며,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직접적인 정상외교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 비교해 정상 간 직접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인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같은 해 판문점 회동까지 세 차례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났다.
특히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영토에 발을 들여놓았다.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미국 국무부 역시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를 목표로 한 외교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에도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며 훈련 규모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미 양국은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기간을 당초 11일에서 5일로 줄이고 일부 야외기동훈련을 축소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압박을 통한 대북 억지와 함께 정상 간 직접 협상을 병행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다시 가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번 밀러 보좌관의 발언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성과를 설명하면서 단순히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한국’을 함께 언급했다는 점이다. 다만 이를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현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 대북 억지뿐 아니라 방위비와 국방력 강화, 대미 투자, 중동을 비롯한 글로벌 안보 문제에 대한 동맹국의 기여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군사적 협조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한국이 미국의 이란 관련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설명과 함께 한미연합훈련 비용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밀러 보좌관의 발언을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미국의 대외정책 전반과 연결해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 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의 전통적 관계에 더해 최근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것도 북한을 중국·러시아와의 밀착 관계에서 떼어내 미국과 직접 협상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훈련 축소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훈련 자체를 여전히 적대적 행위라고 비판했지만,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표현을 유지했다.
중국 역시 최근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어,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밀러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한반도 평화’를 언급했지만, 현재 한반도에 공식적인 평화협정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1953년 한국전쟁은 평화협정이 아니라 정전협정으로 전투가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밀러의 표현은 현재 평화가 완성됐다는 의미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재개하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치적 평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단순한 북한 핵 문제를 넘어 미·중 전략경쟁, 한미동맹의 역할 재조정, 북한과의 정상외교를 아우르는 핵심 외교 현안으로 다루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