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코리언뉴스/편집국] = 트럼프 대통령의 어젯밤 국정연설 현장에서는 탄핵 문제를 놓고 완전히 대척점에 섰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간에 살벌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연단에 올라선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내민 손을 애써 못 본체 외면했고, 연설이 끝나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뒤통수에 대고 국정연설문을 쫙쫙 찢어버렸다.
두 사람의 '뿌리깊은 앙금'과 '뒤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지난해 10월 16일 미군 철수로 촉발된 터키의 시리아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 간 백악관 회동에서 서로를 향해 험악한 말을 주고받고 헤어진 이후 4개월 만에 이뤄진 극도로 불편한 만남이었다. 탄핵을 진두지휘한 야당의 일인자 대 무죄선고를 앞둔 탄핵 대상의 대좌였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해 연단에 올랐을 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싸늘한 냉기류가 내내 감돌았다. 두 사람은 단 한 차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자리를 뜰 때까지 엇갈린 시선을 연출했다.먼저 한방을 먹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연단 윗자리에 앉아있던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국정연설 원고를 건네자 팰로시 하원의장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시도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곳을 쳐다보며 이를 뿌리치자 펠로시 하원의장이 머쓱한 듯 재빨리 손을 다시 거둬들였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는 시도했다'고 말하려는 듯 어깨를 으쓱한 채 눈썹을 추켜올리는 듯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그리고 나서 펠로시 하원의장의 '가벼운 복수'가 이어졌다.펠로시 하원의장은 관례로 대통령의 입장을 소개할 때 사용하는 "미국의 대통령을 소개하게 된 것은 크나큰 특권이자 특별한 영광"이라는 문구를 생략한 채 "의회 멤버 여러분, 미국의 대통령이다."라고만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펠로시 하원의장은 능숙하게 돌덩이 같은 표정을 유지하며 입술을 오므린 채 눈을 밑으로 깔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다른 곳을 쳐다볼 때도 있었는데 시종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펠로시 하원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이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연달아 칠 때도 꼼짝 않고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었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택한 '응징'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마무리할 무렵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끝내며 "신의 축복이 있길…"이라고 읽어내려가자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동작을 꽤 크게 하며 세차례에 나눠 국정연설문을 갈가리 찢는 것으로 강펀치를 날렸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뒤를 쳐다보지 않은 채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