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 Rogers"북 도발은 "협상카드" ..경제변화 주목해야

Submitted byeditor on화, 02/09/2016 - 09:25

[하이코리언 뉴스]북한이 지난달 ‘제4차 핵실험’ 도발로 수소폭탄 개발 논란을 불러온 데 이어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남북관계가 연초부터 꽁꽁 얼어붙었다. 

짐 로저스
짐 로저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자의 한 명으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그러나 8일 조선비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전략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5월 초 열리는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경제의 변화와 개방 움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자유무역지구(Free Trade Zone)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스키장(마식령 스키장)과 마라톤대회(평양 국제마라톤)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중국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아이(kid·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가 스위스에서 공부했고 북한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변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을 공개하면서 산업구 개발에 약 10조8000억원, 관광지 개발에 7조3000억원 등 총 1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로저스 회장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1969년 27살의 나이에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투자사인 퀀텀펀드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1980년까지 12년간 3365%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월가를 뒤흔들었다(같은 기간 미국 증시 성장률은 50%였다). 2007년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싱가포르에 정착한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강연과 투자자문,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저축률과 교육 수준이 높고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이룰 수만 있다면 북한의 천연자원과 남한의 자본,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exciting)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저스 회장은 그러나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과 사우디와 이란의 종파 갈등, 지난해 터키 공군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로 촉발된 러시아·터키 양국 외교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은 올해 세계 경제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흐름이 좋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자금을 시장에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테러 공포 확산 등 지정학적 요인도 글로벌 경기 흐름 악화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총이나 탱크를 만드는 데 돈을 쓰는 건 다리나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에 비해 생산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개장일부터 중국 증시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중국발(發) 쇼크에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그는 그럼에도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 최근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지만,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저축률과 외환보유액 덕분에 소비와 투자 여력이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로저스 회장은 2007년 “아시아에 미래가 있다”며 수십년간 살아온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저택을 1600만달러(약 176억원)에 팔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싱가포르 정착을 결정하기 전 홍콩과 중국 본토의 주요 도시들을 후보지로 놓고 고민하기도 했지만 심각한 대기 오염 탓에 결국 싱가포르로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그는 “15년 전 누가 내게 싱가포르에 와서 살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면 ‘미친 것 아니냐?’고 했겠지만 어쩌다 보니 여기 살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매우 좋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 떠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각각 13살, 8살 된 딸을 둔 로저스 회장은 글로벌 투자계의 ‘딸 바보’로도 유명하다. 그는 뉴욕에 살던 시절부터 중국인 가정부를 고용해 청소와 음식준비는 물론 만다린을 어린 딸에게 가르쳐 왔다.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꾸준히 만들어지면서 실업률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지만 “실업률 산정에 구직을 포기한 이들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성장률을 넘어서는 고성장을 이루며 주목받은 인도에 대해서는 “관료주의(bureaucracy)의 폐해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높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모디노믹스’에 관해서도 “모디 총리가 세계를 돌며 인도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로저스 회장의 별명은 ‘금융계의 인디애나 존스’다. 여행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1990년 오토바이로 세계 일주를 떠난 그는 22개월간 여섯 개 대륙 52개국을 거쳐 약 16만㎞를 여행하며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에는 아내와 함께 노란색 사륜구동 차를 몰고 전 세계 내전 지역의 절반을 포함한 116개국 24만5000㎞를 달리며 또다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는 세계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얻은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2011년 유로존 위기를 예측하기도 했다.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투자에 필요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호텔이 없는 곳도 많이 다녔어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여행의 목적입니다. 특급 호텔에 묵으며 부자들과 어울리면 볼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로저스 회장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은 앨라배마주에서 보냈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철학과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이해는 투자자로 성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지금 진실인 것이 몇 년 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지금 일어나는 일이 과거에 일어났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투자자들이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 철학은 상황 분석과 투자 결정에 필요한 사고의 힘을 키워줍니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인 로저스 회장에게 투자 원칙과 유망 투자 분야를 물었다. 가장 먼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투자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그는 “현금과 채권 등 투자 수단을 막론하고 투자의 매개가 되는 화폐(currency)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일본 엔화에 투자했다면 지금쯤 큰 손해를 봤을 겁니다. 화폐를 잘 선택해 묻어두면 돈이 됩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공매(short sell)도 유망한 투자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공매란 증권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처분한 다음 차후에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들인 주식으로 빌린 주식을 되갚는 방법을 말한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이 나는 투자다. 

산업 분야 중에서는 농업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를 표현했다. 로저스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머지않은 미래에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며 “주식 브로커는 택시를 몰고 농부가 되면 람보르기니를 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농사를 짓는 비용도 낮아지기 때문에 저유가시대의 농업은 전 세계적인 유망산업이 될 것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겠지만 야외활동이 좋고 농업에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 농업은 금융보다 전망이 좋을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