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과일향 전자담배를 처음으로 허가했다. 이에 따라 망고, 블루베리, 멘솔 계열 제품이 미국 시장에 출시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 온 미 정부의 전자담배 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FDA는 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소재 전자담배 업체 글라스(Glas Inc.)의 일부 제품에 대해 판매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허가 대상은 망고와 블루베리 향, 그리고 두 종류의 멘솔 제품으로, 해당 회사는 이를 각각 ‘골드’, ‘사파이어’, ‘클래식 멘솔’, ‘프레시 멘솔’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FDA가 허용한 전자담배 제품은 주로 담배향 또는 멘솔향에 한정돼 있었다. 이번 조치는 과일향 제품까지 처음으로 허용한 사례로, 업계에는 의미 있는 정책 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FDA는 이번 결정이 해당 제품의 “승인”이나 “안전성 보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FDA는 해당 제품이 어디까지나 성인 흡연자가 일반 담배를 줄이거나 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FDA는 특히 글라스 제품의 디지털 연령 확인 시스템을 근거로 미성년자 접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휴대전화로 정부 발행 신분증을 통해 연령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된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경우에만 전자담배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과일향과 캔디향 제품이 미국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해 왔다. 반 흡연 단체인 트루스 이니셔티브의 캐시 크로스비는 이번 허가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청소년 보호를 위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 업계는 그간 자사 제품이 성인 흡연자의 금연 또는 흡연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48만 명이 암, 폐질환, 심장질환 등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이러한 점을 들어 전자담배의 공중보건상 역할을 강조해 왔다.
정치권의 기류 변화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자담배 산업을 “지키겠다”고 공언하며 관련 업계와 판매업자, 이용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FDA는 과일향과 사탕향 제품을 포함한 100만 건이 넘는 판매 신청을 거부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규제는 2019년 급증했던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을 낮추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률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전자담배의 상당수는 승인받지 않은 과일향·사탕향 제품으로, 주로 중국산 저가 일회용 제품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FDA는 지난 3월 처음으로 향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멘솔, 커피, 민트, 향신료 계열 제품은 성인 흡연자에게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과일, 사탕, 디저트 계열처럼 청소년 선호도가 높은 향료는 여전히 위험성이 크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번 허가가 성인 금연 지원과 청소년 보호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