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번호판 단속 강화법,이민자 부당체포 우려

Submitted byeditor on월, 01/05/2026 - 19:30

[지역한인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플로리다에서 최근 시행된 새로운 차량 번호판 관련 법률이 단순한 교통질서 확립을 넘어, 이민자 구금과 부당 체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를 경범 수준이 아닌 형사 처벌에 가까운 위반 행위로 규정하면서, 경찰의 차량 정지와 신원 확인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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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이달 초 플로리다 데이비(Davie)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확산됐다. 당시 17세 청소년 저스틴 쿠엘라르는 아버지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플로리다 고속도로 순찰대(FHP)의 정지를 받았다. 단속 사유는 차량 번호판 하단의 ‘Sunshine’ 문구가 장식용 프레임에 일부 가려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순 교통 단속으로 끝날 것 같던 상황은 곧 이민 단속으로 이어졌다.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기도 전에 사복 차림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현장에 나타나 신분 확인을 요구했고, 결국 아버지인 호세 쿠엘라르는 체포돼 현재 콜로라도 소재 이민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

이번 논란의 근거가 된 법은 플로리다 주법 320.262조 개정안으로, 번호판의 숫자뿐 아니라 문구, 스티커, 가독성, 시야각을 “가리거나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 제정의 취지는 번호판 인식기를 회피하는 범죄자나 뺑소니 차량을 신속히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학교나 스포츠팀 로고가 들어간 장식용 번호판 프레임까지 단속 대상이 되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인권 단체와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 법이 사실상 ‘사전 명분용 정지 사유(pretext stop)’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플로리다에서는 이미 사소한 교통 위반이나 상업용 차량 점검이 이민 단속으로 이어진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일부 활동가들은 조경 트럭이나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이 집중적으로 단속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데이비 지역의 이민 전문 변호사 호르헤 델가도는 “정부가 사람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이유를 계속 늘리는 것은 이민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위험하다”며 “자의적 단속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번호판 가림을 형사적 사유로 규정함으로써, 경찰이 차량 수색과 승객 심문, 체포까지 이어갈 수 있는 법적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단속 혼선은 경찰 내부에서도 드러났다. 플로리다 고속도로 순찰대 국장이 “번호판의 ‘Sunshine’ 문구를 가리는 프레임은 허용된다”는 지침을 발표했음에도, 유사한 사유로 체포 사례가 발생했다. 이후 경찰은 법 조문의 모호성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에 나섰다.

이민자 가정이 겪는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30년 넘게 미국에 거주해 왔고 전과도 없는 호세 쿠엘라르는, 합법 신분 절차를 진행 중이었음에도 번호판 프레임 하나로 가족과 분리됐다. 그의 아들은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플로리다 사례는 교통법 집행과 이민 단속이 결합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법은 질서를 위해 존재하지만, 그 집행이 특정 집단을 겨냥한 단속 도구로 변질될 경우 피해는 결국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번호판 하나로 시작된 검문이 자유와 가족의 문제로 이어지는 현실 앞에서, 이 법의 방향과 한계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