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진 변호사] "끊임없는 난리속에 평온"

Submitted byeditor on목, 10/02/2025 - 18:51

[칼럼 = 하이코리언뉴스] 편집국 = 우리가 살고있는 미국땅에, 더 나아가서 지구위에, 어느곳을 살펴보아도, 생활은 갈수록 각박하고 심각한 난리상태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심지어는 유구했던 자연환경까지, 인간들의 치열한 대립분위기 속에서 편한 날이없다. 어느 구석에서 언제 무엇이 폭파하여 우리모두가 멸망할거 같은 기분속에서 바삐, 그래도 잘들 살고있다. 아니, 잘 못살고들 있다.  

"

미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가 살벌하게 맞서서 기회만 닿으면 총으로 반대편을 쏘는 일까지 벌어지고, 한국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가, 일이 날듯이 펄펄뛰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내의 우리 한인들의 단체에서도 열나는 대립을 겪고 있다.   

미주 각지역의 한인회가 약 180 개로 알려져 있고, 이 한인회의 회장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 라고, “미주총연” 또는 “총연” 이라고 보통 부른다. 이 단체의 회장, 즉, “총회장” 의 임기 2년짜리 선거가 한달내로, 11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면서, 그에 따른 선거열은 벌써 무쇠도 녹이게 뜨겁다.   

후보자 하나는 현회장으로 재임하곘다고 출마했고, 또다른 후보는 총괄수석 부회장으로  출마했다. 얼뜻 보기에 각 후보 지지자는 현재로 반반이고, 선거운동은 선거법에 준하여 이제 시작하였으나, 소리없는 총으로 쏘아 죽일정도로 격조되어 있다. 

한쪽 후보는 임기한번을 끝냈는데, 한번만 더하면 미주총연을 반석위에 올려 놓곘다고 주장하고, 반대쪽 후보는 한번 했으면 되었고,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입김이 총연에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누가 옳고 그른가는 각자 해석과 주장에 딸려있으나, 객관적인 소견 보다는 주관적인 견해로 선거는 점차 감정싸움으로 격화되어가고 있다. 은근한 얘기를 들으면, 그어떤 특정 후보한테 과거에 언젠가 무시를 당했고, 이떄에 한표를 상대에게 던진다는 얘기도 허다하다.           

미주 총연은 약 50여년전에 창립되어, 재미한국인들의 권익신장및 한미간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증진시킨다는 목표를 향해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숭고한 업적을 잠간시도했던 때도 있었지만, 매 2년마다 오는 회장선거의 치열한 싸움과 그 후유증으로 모든 활동이 마비된 상태에서 그치고 마는 역사가 더 많다.

대부분의 총회장들은, 우리 거주국인 미국에서 정치권을 상대하여 한인들과 조국의 이익을 챙겨야하는 직무는 쉽게 잊어버리고, 찬란한 명함을 들고 한국에 나가서 한국 정치인들과 악수하는걸 몹시 즐긴다.  총회장 대부분은, 지난 수십년동안 만사가 낯선 땅에서, 앞도 안보고, 뒤도 안보고, 작업복 차림으로 오로지 생업에만 전념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해 놓은 분들이다. 

이제 남은 여생은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머리깍고, 국가의 지도자들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싶어한다. 그것도 미국지도자들은 엄두도 못내고 한국의 정치인들만 쳐다본다. 그러한 생각으로 모두 너무 행복해한다. 하긴 한사람도 빠짐없이, “나는 총연회장이 되면, 안 그럴거야.” 자신은 오로지 재미동포들을 위해서만 일을 할거라고 약속한다. 이건 100퍼쎈트 선거전의 구호일 뿐이었다.

미주 총연은 비영리 봉사 단체이다.  이걸 기억하는 회원이 그렇게 귀하다. 혹시 누군가가 기억을 한다해도,  그건 잠간이고, 곧 잊어버린다.  총연의 총회장만 되면, 회장 자신과 그 측근자 몇몇은 2년 임기동안 천하를 잡은 느낌인가 보다. 쪽 빼입고 서울을 드나들면서, 먼거리에서만 보았던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그안에 국회의원들, 그리고, 장관들, 도지사, 대도시 시장들과 악수하고 사진찍는게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총연관계로 카톡방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시도때도 없이 각각의 방에서 멧쎄지가 계속 울어댄다. 모두가 선거운동의 치열한 공방전이다. 나도 투표권이 있는 정회원으로, 두 후보중 하나를 선택할거다. 헌데 어쩐지 골이 아퍼왔다. 몹씨 아퍼왔다. 나는 동내 미국친구들과 오페라를 보러갔다. 

우리가 가 본 오페라는, “Rigoletto” (리골렛또) 라고, Verdi (베르디) 가 1851 년에 작곡한 비극이다. 3000 석이 넘는 쌘프란시스코 오페라 하우스를 꽉채우는 인파, 연출이 끝나자 맘껏 내지르는 환호, 나도 “브라보” 를 한껏 외쳤고, 군중과 부닥치며 주차장을 빠져나와 귀가 하니, 미주총연 선거가 내 머리속에서 사라지었다.  끈임없는 난리속에서 평온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