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의 짐 코미 국장

Submitted byeditor on금, 07/15/2016 - 21:42

1940년대로부터 7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계 요인들이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친지들에게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칭한 사람은 아이러니 하게도 연방수사국(FBI)의 국장 존 에드가 후버였다. 후버는 1924년에 30대 대통령 칼빈 쿨리지에 의해 국장으로 임명된 후 37대 닉슨에 이르기까지 무려 48년 동안 재임했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처음에는 범죄조직 분쇄등의 공이 있었지만 점점 부패된 후버는 역대 대통령들의 사생활에 대한 비밀파일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케네디와 존슨이 후버를 경질하려 했을 때 그런 파일들을 들먹여 자기자리를 지켰다는 의혹마저 있었다. 연방의회에서 FBI국장의 임기를 10년으로 줄이고 연임을 금한 배경이 바로 후버의 권력남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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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FBI국장은 짐 코미(56세)로서 2013년에 오바마가 임명했을 때 그가 공화당 출신으로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경력에도 불구하고 상원에서 93대1로 인준을 받았다. 그만큼 코미는 초당파적이고 공정한 법 집행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미가 오바마에게 발탁된 이유 중 하나는 부시 제1임기 중에 있었던 한 극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법무장관은 존 애쉬크로프트였었던 바 대수술을 받아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던 때라 코미가 법무장관대행이었던 때였다. 그때 마침 미국 시민들에 대한 도청을 허락하는 법의 연장을 백악관에서 추진 중이었는데 코미가 그것이 부당하다고 결정한 바 있었다. 

백악관 앤디 카드 비서실장과 알베르토 곤잘레스 수석법률고문이 관계 서류를 들고 중환자실로 향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코미는 불 번쩍이는 경호차량을 앞세우고 그들보다 먼저 중환자실에 도착해 있었다. 문이 열리더니 곤잘레스와 카드가 서류를 든 봉투를 들고 애쉬크로프트의 방으로 들어와서 법무장관의 서명을 받으려고 했단다. 그때 애쉬크로프트가 베개에서 고개를 들어 코미를 가리키면서 “나는 법무장관이 아니고 저 사람이 법무장관”이라는 말로 거절을 하자 백악관의 그 두 사람은 코미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방을 나가버렸다는 일화는 대통령의 뜻 앞에서도 준법정신에 대한 강직성을 고집하는 코미의 면모를 예증한다. 

그런 코미가 이번 주 5일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여사의 이메일 사건에 대한 수사종결을 발표했다. 코미는 1년에 걸친 수사결과 클린턴 국무장관시절 이메일을 클린턴 사저에 위치한 개인계정으로 주고받는 극히 위험한 일을 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적으로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기 때문에 클린턴 자신은 물론 그의 참모들 그 누구도 기소하지 않도록 법무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미는 보안조치가 되지 않은 클린턴 사저의 이메일 기계가 외부의 침입과 정보유출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클린턴이 “극도로 부주의”했다고 비난한다. 또 클린턴이 여러 자리에서 비밀문건을 자기 이메일 계정을 통해 받거나 보내지 않았다는 주장한데 대해 코미는 3만여건의 이메일중 적어도 100개 이상에는 극비로부터 보통 비밀로 분류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대선 후보가 기소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하게 여기는 동시에 코미의 기자회견에서 클린턴을 비난한 내용이 공화당의 TV광고에 사용될 개연성을 두려워한다. 

공화당쪽 특히 도날드 트럼프는 코미의 결정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비난한다. 빌 클린턴이 코미의 결정 발표 일주일 전에 비행장에서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을 30분간 만난 것이 악재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린치에게 앞으로 4년 또는 8년 동안 법무장관 자리를 지키게 해 줄 것이라는 언질을 줌으로써 그를 매수하여 그런 결과에 이르렀다는 억지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7일에는 하원의 연방정부감독 분과위원회에서 코미를 불러 장장 5시간 가량 청문회를 개최했다. 

예상했던 대로 공화당 소속위원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거짓말을 한 것과 미국정부의 기밀유출 위험을 초래했었던 것에도 불구하고 형사 피의자로 되지 않은 이유를 중언부언 추궁하기에 바빴다. 민주당 소속위원들은 코미의 강직 공정성에 찬사를 돌리면서 비밀을 포함한 이메일이 전체 이메일의 1000분지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클린턴 옹호에 앞장섰다. 그런데 문제는 클린턴의 신뢰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회의가 대단하다는 점이다. 그가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0퍼센트 내외라는 사실은 금년 선거의 예측불허성을 더욱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 클린턴 대통령? 

자료제공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