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짧은 생각 "그 소녀의 이야기"

Submitted by editor on 수, 05/22/2019 - 18:51

[하이코리언뉴스/편집국] = 한 나라의 화폐를 보면 그 나라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역사적 전성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화폐 인물은 모두 조선 전기의 유학자와 학자의 어머니, 그리고 글자를 창제한 위대한 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공부에 집착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역사적 전성기는 아마 조선 전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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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화폐 인물은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과 노예해방을 이끈 주인공 두 사람 입니다. 대영제국과 싸워 민주 공화국을 세웠다는 긍지를 갖고 있고, 또한 노예해방으로 상징되는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화폐는 대부분 19세기말과 20세기초의 인물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이룩했던 이 시기가 일본인들에게는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입니다. 자신감이 지나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패전해 전범국가가 됐지만 여전히 ‘리즈 시절'(전성기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처럼 다른 문화나 새로운 기술을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동물적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노벨상도 가장 많이 받았고 현대 대중음악이나 미술, 영상예술 등 분야에서 탁월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국가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감사하거나 사과한다고 말하는 습관입니다. 수천만명에게 고통을 줬던 잘못된 역사에 대해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최초로 애틀랜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내달이면 건립 2주년이 됩니다. 소녀상 건립위원회가 이를 기념해 창작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고 합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한 분이 “일본에 억지로 사과를 받으려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역사의 질곡에 묶여 희생당한 작은 소녀의 ‘세미한 음성’에 귀기울여 자발적으로 사과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요?

칼럼 출처 : AtlantaK 애틀란타한인뉴스포털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