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오고 있는 세월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 흘러가는 시냇물을 잡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산천초목 다 바꿔도/ 이내몸이 돌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서유석씨의 가는 세월이란 노래 가사 말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엔 이 노래는 그냥 서유석씨의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노래가 조금씩 나의 노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이민 1세대 혹은 2세대를 지나고 계신 분들의 대부분은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또한 지나온 세월을 그리워하는 연령대를 보내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혹 이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어서 들을 때 “그저 어떤 가수의 노래구나” 라고 생각된다면 여러분들은 아직 가는 세월을 그리워 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던가 아직 젊다는 것입니다. 세월의 시간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은 가난한자나, 부자나, 가진 자나, 없는 자나 건강한자나, 병든 자나 똑같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세월은 공평하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세월의 힘은 너무 커서 발버둥을 쳐도 세월은 우리를 이기고 맙니다. 그리고 이내 순응하게 만듭니다. 혈기를 온순함으로, 의욕을 신중으로, 욕망을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으로 받아들이게 해 줍니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몸의 변화도 찾아옵니다. 우리의 뼈마디 마디에서 골수를 빼가고, 건강했던 몸은 쇠약해지며, 검던 머리결에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희고, 가는 빛의 색깔로 탈색까지 만들어 줍니다.
세월은 우리를 한없이 겸손하게 만들어 줍니다. 젊을 때 호령하고, 잘 나가던 사람도,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도 세월 앞에서 만큼은 실패자가 됩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한 사람도 세월의 담긴 지식의 깊이 앞에서는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어집니다.
파릇한 싹으로 자라 찬란한 꽃을 피웠던 인생의 봄은 저 멀리 산 능선으로 기우는 태양같이 빛의 색깔이 점점 엷어가고, 푸른 잎과 무성한 가지의 화려하고 승승장구하고 찬란했던 인생의 여름은 한바탕 시끌벅적했지만 이내 무리지어 겨울나기 떠나는 철새들의 뒷 여운 같고, 마지막 남은 잎사귀하나까지 물들이고, 자신에게 달린 열매를 위해 모든 진액을 허비해 얻어 보려는 가을 거지의 풍요에 취하기도 전에 찬 이슬과 함께 겨울을 맞는 것이 인생입니다.
어느덧 우리에게 남은 인생도, 남은 세월도 겨울을 맞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움츠려 들게 하고, 모든 것들이 벗겨진 체 그저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 길고 긴 겨울의 밤을 견뎌야할 때가 올 것 입니 다. 이제 다시는 이 땅에서 맞이하지 못할 봄을 그리며, 여름을 꿈꾸며, 가을의 풍요를 소망하며 겨울 은 그렇게 깊어만 갈 것입니다. 성경은 영적이며 시대적인 겨울인 종말이 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니 벌써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종말의 시계는 누구도 막아설 수 없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초침처럼 거스릴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시간 속으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간만큼 오고 있는 시대의 종말을 또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모세는 시편에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셔서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시90:12) 영원할 것 같은 이 세상의 삶은 천년이 지나간 어제 같고, 홍수에 쓸려간 흔적 같으며, 잠깐 자는 것 같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풀과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든 것이 지나간 어제 같은 삶을 이 땅에서 영원한 것 같이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되지 마십시오. 이제 여러분들이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인생이 이 세상이 아닌 이 세상 너머로부터 성큼 성큼 나가오고 있는 천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 세계는 더 이상 가는 세월이 없는 한번 피면 영원히 시들지 않을 삶의 세계입니다.
하루하루를 종말의 날처럼 살고, 종말의 날을 그렇게 하루처럼 살아야할 때입니다. 신앙인은 신앙인의 삶속에서, 비 신앙인은 비 신앙인의 삶속에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날에 창조주 앞에 섰을 때 부끄러울 것이 없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날은 가는 세월처럼, 또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월로 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오는지도 모르게, 제발 오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에게도, 그날을 기다리며 “주 예수여 어 서 오시옵소서!”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그날은 여러분의 인생의 문 앞까지 다가와 있습니다. 창조주를 기억하고 잊지 마십시오. 그때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하는 날이 되지 않도록 ...
올랜도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