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기관들 55년만에 "금 매입 경쟁"

Submitted byeditor on월, 01/02/2023 - 11:05

[하이코리언뉴스/편집국] =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난 1967년 이후 55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 매입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금협회(WCG) 자료를 인용해 금에 대한 수요가 55년 만에 최대 속도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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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이낸셜 타임스는 1967년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는데 유럽 중앙은행들이 미국에서 막대한 양의 금을 사들이기 시작한 해다.결국 이같은 유럽 중앙은행들의 금 사들이기는 55년전이었던 1967년에 금값 폭등 사태로 이어졌고, 당시 브렌트우즈 체제를 붕괴시키는 원인 제공을 한 것으로 꼽힌다.

브렌트우즈 체제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난 이후에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등이 출범시킨 금본위 체제다.당시 금본위 체제에서 세계 각국들이 금 모으기에 혈안이 되면서 미국이 월남전 전비 충당을 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브렌트우드 체제를 붕괴시키는 길을 택한 것이다.  

세계금협회는 지난 11월 세계 공식 금융기관들이 금 673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했다.실제로 중앙은행들은 지난 3분기에만 400t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이는 분기별 금 관련 기록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대치로 꼽히는데 금 대량 매입 국가는 튀르키예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이다.

튀르키예와 우즈베키스탄이 3분기에 각각 31t, 26t의 금을 매입했다.카타르는 지난 7월 엄청난 규모의 금을 사들이면서 지난 1967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월간 수입을 기록했다.

세계금협회는 모든 국가들이 금 매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일부 중앙은행들 경우 비공개로 상당량의 금을 사들였을 것으로 추정했다.금 비축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이 대표적인 국가들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금 32t을 매입했다고 발표했다.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19년 9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러시아 중앙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직후 금 보유량에 대한 월별 수치 보고를 중단했다.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에 러시아의 금과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들은 금 보유량을 확대하는 것을 중앙은행이 펼치는 주요 정책의 일환으로 전략적 가치를 뒀다.러시아 중앙은행이 마지막으로 통계 자료를 발표한 지난 2월 수치를 보면 금이 외환보유고에서 20.9%를 차지했다.귀금속 거래소인 불리언볼트의 애드리언 애쉬 리서치 책임자는  Financial Times와 인터뷰를 통해서 최근 금 모으기 경쟁을 분석했다.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자금을 동결한 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에 힘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경쟁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스위스 금융기관 율리우스 배어의 카스텐 멘케 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부 중동 지역 국가 정부들이 화석연료 수출 수익을 금 매입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베르나르 다다 나티시스 선임 원자재 분석가는 탈세계화와 지정학적 긴장 탓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 매입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