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하이코리언뉴스] = 12월하면 일년의 마지막 달이라는데서 오는 섭섭함을 느끼는건 물론이려니와, 12월에만 있는 현상으로 공중에 매력과 마력이 가득함을 느낀다. 온세상을 하얗게 덮혀버린 눈속을 정처없이 혼자 걸어가는 삭막한 느낌, 그 반대로, 크리스마스라고 구석구석에 차려놓은 화려한 불빛과 요란한 장식들에 현혹되는 느낌, 어디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캐롤송에 도취되는 느낌, 살것 없어도 백화점을 기웃거리며 군중속을 헤치고 다니는 들뜬 느낌, 사랑하는 형제 친지들과 오랜만에 함께하는 만찬과 더불어 무엇이라도 선물를 챙겨주는 뿌듯한 느낌, 사방에 산더미같은 과자들을 보고 터트리는 환호, 포도주 한잔에 취하여 모든것이 꿈속만 같은 달이다.
평상시에 접하는 현실의 이모저모를 다 잊어버리고, 축제 분위기에 도취한 기분으로 몽롱한 환상속을 헤메는 때가 나의 12월이다. 그리고 일년에 한달 정도는 그래도 된다고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해준다. 이렇게 12월이 오면, 마치 한달휴가를 얻은양, 나는 해야 할일은 제켜놓고, 하고싶은 일에만 몰중한다. 벼르던 미술관도 가보고, 음악회도 가보고, 집 안팍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도 걸어놓고, 캐롤도 틀어놓고, 파이도 굽고, 요란한 요리도 시도해 본다.
이 와중에 문득 궁금증이 떠오르는데, 이러한 달에 어느 거인이 태어났나 이다. 내가 미처 모르는 위인들은 말고, 내가 열열히 좋아하는 유명인만 해도 상당한 숫자이었다. 작곡가로는, 베에토맨, 푸치니, 시벨리우스, 작가로는, 제인 어스틴, 에밀리 딕킨슨, 죠셉 컨뢰드 화가로는 앙리 마띠쓰 그리고 우리가 생전에 쫓아 댕겼던 프랭크 씨나트라 와 쌔미 데이비스가 12월에 태어났다.
그중 가장 위대한 사람은, 배에토벤이라고 나는 서슴치 않고 손꼽는다. 그의 작품은 9개의 교향곡, 5개 피아노 협주곡, 바니올린 협주곡, 수많은 피아노 쏘나타들, 등등으로 하나같히 주옥이다. 그는 폭이 넓은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감정을 멜로디로 표현하면서 고전음악의 단조로운 틀에서 벗어나서 낭만주의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는 1770년 12월, 독일 음악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피아노를 일찌기 완벽하게 배우고, 곧 으뜸가는 작곡을 세상에 내어놓아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예술인이 겪는 생활의 궁핍함과 불행한 개인생활은 피하지 못했다. 또한 건강문제, 특히 청각장애로 그는 고통과 절망속에서 살았고, 어쩌다 사랑에 두어번 심각하게 빠졌었지만 번번히 실연을 당했고, 독신으로 외롭고 쓸쓸한 일생을 보냈다.
베에토벤의 음율은 대부분이 장엄하고 엄숙하고 묵중하다. 그래도 경쾌한 맬로디가 가끔 있는데, 그건 사랑에 빠지었을때에 작곡한 것으로 아름답고 화려했다. 그는 다행하게도 살아생전에 천재성을 인정 받어, 그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은 웅장하고 화려하기가 아무도 못 따른다고, “황제 협주곡” 이라는 별명을 받았다. 그 별명이 아주 공식이름으로 되어버렸고, 그의 작품은 사실상 모두가 ”황제” 급이다.
그는 외로움과 가난에 시달리면서 56세에 심신의 고통속에서 눈을 감았다. 작년에 그의 250주년 거대한 기념음악회가 코비드 때문에 취소되었고, 참여하려던 나의 계획이 무너지었지만, 나는 몇주년이고 상관없이 다음 축제에는 가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아, 그리고 푸치니도 이달에 태어났다. 그는 라 보엠, 토스카, 마담 버터플라이, 투란도, 등등의 명작으로 동서를 막론한 오패라광의 모든사랑을 한몸에 받고있다. 이세상에 오페라가 만개도 넘는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오페라 열개만 고르라고 하면 푸치니의 오페라가 2개나 3개가 그안에 들어간다. 또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를 고르라면 푸치니 작품이 역시 열개중 서너개가 들어가 있다.
푸치니는 1858년 12월 이탈리라의 음악적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초기작품에서 실패를 몇번했던 아픔과, 가난에 시달렸던 떄가 있었다. 그래도 그는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을 했고 자손도 있다는 점에서는 예술가로서 흔히 겪는 외로움과 우울증은 면하고 살다가,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경쟁자인 베르디 처럼 88세까지 살았다면 명곡이 얼마나 더 나왔을까 하고 아쉬어 한다.
푸치니의 지아니스키키는 오페라로서는 일류급에 못미치는데, 거기에 나오는 아리아 하나는 독단적으로 1, 2등을 다투며 청중들의 열열한 사랑을 계속받는다. 바로 “오 사랑하는 아버지” 라고 어느 음악회에서 이 아리아만 나오면 관중들은 처음부터 흥분하여 술렁댄다. 할머니들은 눈물을 닦기 바쁘고, 가끔 할아버지도 눈물을 닦는걸 보았다. 어느 무남독녀가, 아버지가 결사 반대하는 남자와 결혼을 허락해 달라며 아버지 소매자락에 매달리면서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이다. 어떻게 애절한지 나도 그걸 듣고나서 나의가슴을 만져보게 된다. 어디 찢어진데 없나하고.
12월이 오고 있는데, 또 금방 가버리겠지. 그리고 갈때는 한달을 갖고 가는게 아니고 일년을 몽땅 갖고 가니, 이별의 서글픔도 어느때 보다도 더 커다란 12월이다. 그래도 꿈속만같은 12월을 나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