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지오핫(Geohot)'이라는 온라인 가명을 사용하는 한 해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야심작 '아이폰' 잠금장치를 출시 한 달여 만에 무참히 무장해제시켰다. 아이폰을 해킹해 통신사에 상관없이 다 사용할 수 있는 '언록(Unlock)' 폰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한 것.
해커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7세의 조지 호츠였다. 전설적 해커로 유명세를 탄 호츠는 특례로 로체스터 공대에 들어갔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IT기업에도 스카우트됐지만 1년을 못 채우고 뛰쳐나왔다.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태생적인 '트러블메이커(말썽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구글 등 실리콘밸리 1등 기업과 투자자들은 트러블메이커 호츠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천재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난해 말 무인차 기술 스타트업 '콤마닷AI(comma.ai)'를 설립한 호츠가 일(?)을 냈다. 집 차고에서 두 달여 만에 뚝딱거려 '인공지능(AI) 무인차'를 만들어내자 곧바로 뭉칫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CNN·포브스 등 외신은 호츠의 콤마닷AI가 310만달러(약 33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해 기업 가치가 회사 설립 5개월 만에 2300만달러로 치솟았다고 5일 전했다.이번에 콤마닷AI에 돈을 집어넣은 투자자는 실리콘밸리 전문 벤처캐피털을 이끌며 돈이 되는 벤처에 투자하는 데 정평이 난 안데르센 호로비츠다. 호츠가 개발한 무인차 AI의 가장 큰 특징은 '알파고'처럼 딥러닝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운전 조작을 보고 기억하며 운전을 배운다.그는 지난해 10월부터 개발 착수 2개월 만에 실제 주행테스트에 성공했다. 생김새는 얼핏 구글 무인차와 비슷하다. 차체에 설치된 카메라 6대와 컴퓨터 센서로 데이터를 받아 주행라인과 도로 돌발상황을 판단해 자동운전 모드를 제어한다.
CNN·포브스 등은 "구글·애플이 수년간 수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무인차 주행기술을 20대 젊은 해커가 불과 두 달 만에 실제 주행이 가능한 형태로 완성한 것은 다윗이 맨손으로 골리앗을 물리친 것과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호츠의 무인차 기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무인차를 처음부터 설계해서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일반 혼다 어큐라ILX를 구입·개조해 무인자율주행차로 만들어냈다. 이처럼 콤마닷AI는 일반 차량을 무인차로 개조할 수 있는 '전자동 시스템'을 개발해 향후 1000달러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해 구글·애플이 만드는 완제품 무인차에 비해 활용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호츠의 무인차 기술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조차 군침을 흘렸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머스크는 호츠의 공동개발 제안을 받고 그를 만났다. 하지만 당시 머스크는 호츠에게 모든 기술을 테슬라에 넘기라고 요구했고 파트너십 협상은 결렬됐다. 그후 호츠는 자신의 방에서 머스크 사진을 표적 삼아 다트를 던지며 머스크를 밟고 올라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호츠는 소니가 "절대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자신했던 플레이스테이션3를 해킹해 해적판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2014년엔 구글 크롬 취약점을 찾아내 구글로부터 15만달러(약 1억76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한편 글로벌 대기업의 AI 스타트업 인수가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사진인식 AI업체 오비어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은 물류창고 운영 자동화, 배달 시스템 개선 서비스에 AI를 접목시킬 계획이다. [기사제공: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