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초대석] ‘인간은 필요 없다’ 저자,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특정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더 나은 능력을 보여주는 요즘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봤을 법한 문제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미래를 제시했다.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결국 노동시장이 불안해지고, 소득 불평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카플란은 그의 책에서 암울한 미래에 대한 대처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인터뷰를 통해 카플란의 견해를 되짚어 본다.
- 책의 서문에서 인공지능 연구자 가운데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인식하는 사람은 소수라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그 잠재력을 인식한다고 해도 ‘터미네이터’ 같은 미래보다 ‘스타트랙’ 같은 미래를 상상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대단히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기술이다. 원자력 기술과 마찬가지로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누구이며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좋은 쪽이나 나쁜 쪽으로 모두 쓰일 수 있다.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개발하는 기술이 오로지 좋은 목적으로만 이용되리라 예측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은 무엇보다도 자동화의 새 물결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자동화는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므로 자동화의 역사를 살피면 신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며 누가 그 이익을 얻게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자동화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자동화 기술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었으며, 사회 전체가 그 기술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인지하게 되는 건 나중의 일이다. 다시 말해 어떤 새로운 기술이든 결과적으로는 모든 이들에게 평균적으로 혜택이 돌아가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승자와 패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산업혁명 초기에 방직기가 도입되면서 공장 주인들은 득을 봤지만 손으로 베를 짜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렇듯 발전에 따른 부가 사회에 널리 확산되기 이전인 인공지능 기술 도입 초기에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만 활용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주식과 여러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에 따른 수익은 물론 시스템을 만드는 비용을 댄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그들이 얻어가는 이익만큼 주주들의 수익은 줄어든다.
무인자동차라고도 불리는 자율주행차 기술 역시 인공지능이 적용될 것으로 가장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실용화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되겠지만, 지난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 이익을 챙기는 이들도 있는 반면, 직업 운전기사, 자동차 수리 기술자, 주차 관리인들처럼 일자리에서 밀려나게 될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평균적인 생활수준도 높아지면서 결국 우리 사회는 적응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몰고 올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인간이 보유한 기술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상이다. 그들을 염려한다면 필요하고 가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문제는 기술 발전에 따른 이익이 기술을 개발할 능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쏠리게 되므로 앞으로는 부의 격차가 더욱 커지리라는 점이다. 부의 불균형은 이미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지속시키려면 향후 더 많은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 모른다.
‘인간은 필요없다’를 쓴 이유는 인공지능이란 실제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겠지만 단기적으로 어떤 어려움과 혼란이 생길 수 있을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중요한 기술이 우리 삶과 일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더 깊이 이해할수록, 인공지능이 취업 시장과 부에 미칠 영향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인공지능 대신 ‘인조지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인공지능과 인조지능의 차이가 무엇인“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육체적인 일을 자동화하는 분야와 지적인 일을 자동화하는 분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두 종류의 인공지능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달라서,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육체적인 일을 대신할 기계(대개의 경우 로봇)들을 ‘인조노동자’로, 정신적인 일을 대신할 기계(대개의 경우 소프트웨어)들을 ‘인조지능’으로 지칭했다. 그러므로 인조지능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기술과 사회경제의 변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로 어떤 일자리는 없어지겠지만 어떤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인공지능 발달로 인한 일자리 변화를 특별하게 봐야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온난화 현상과 마찬가지로, 변화의 방식보다는 변화의 속도가 관건이다. 변화 속도가 빠르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속도가 더디면 훨씬 더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앞으로 자동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므로 지금까지의 자동화 과정보다는 더 많은 도전과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앞으로 로봇, 기계학습 프로그램, 컴퓨터 비서들이 실생활에 투입되면 오늘날 직업이라고 불리는 활동의 대부분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이 도래할지 모른다.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그렇다고 사람이 할 일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과거에도 그랬듯이 일의 본질이 바뀌어서 사람은 기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이들과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공감하고, 특별한 기술을 발휘하거나 보여주고, 아름다운 사물을 창조하고, 젊은이들을 감화시키고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등의 일이 되겠다. 나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 필요한 이런 활동과 일자리들이 생길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1800년대 미국에서는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다. 200여 년 전에 살던 농민이 볼 때 인구의 2퍼센트에 불과한 농민들이 전 국민을 먹여 살릴 식량을 너끈히 생산했다.
나머지 국민 대부분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부동산을 중개하고, 전화를 만들고,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광고하고, 부부 상담을 하고, 성형수술을 하고, 자동판매기를 관리하는 등의 하찮은 일을 하면서 보수를 받는 오늘날과 같은 세상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육체적인 노력이 거의 필요 없어서 노동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뜰지도 모른다.
그와 다름없이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일자리를 예측하기도 그만큼 어렵다. 미래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유전자공학으로 새로운 꽃 품종을 설계하고, 온라인 파티를 주최하고, 비디오게임 대회에 참가하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몸이 약한 이들이나 노인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오고, 자녀의 특성을 선택하고, 3D 프린터용 제품 디자인을 파는 등의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