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의 칼럼 " 4월의 봄, 그리고 꽃과 나비

Submitted byeditor on토, 04/23/2016 - 07:48

매화향자 고한래, 매화의 향기는 고통과 추위를 겪은데서 오는 것이다. 매불매향), 매화의 향기는 팔지 않는다. 

길고도 지루했던 설한풍에 시달렸던 겨울이 떠나가고 어느 듯 꽃피고 벌, 나비 날아드는 따듯한 봄이 되었다.

4월은 봄의 대명사처럼 각종 초목과 동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새롭게 전개되는 삶의 축제를 만끽하며 주어진 생명의 귀중함을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달이기도하다. 조금 주저하는가 싶었는데 어느 사이에 봄이 우리 곁에 와있다. 4월의 봄볕은 세상의 어떤 얼룩이라도 지울 것처럼 따듯하게 느껴진다.

4월의꽃
4월의꽃

지금쯤 나의 고향마을의 보리밭은 보리 잎이 파랗게 자라나 하늘과 맞닿아 있을 것이며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은 세상의 북쪽 온대지방 전체를 화사하게 장식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꽁꽁 얼었던 대지를 파랗게 색칠해주는 4월달, 자연의 변화는 참으로 경이롭기만 하다. 매서운 칼바람, 얼음 속에 묶여있던 긴 겨울을 견뎌내고 거친 호흡과 함께 다시 소생하는 생명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그래서 4월의 봄은 늘 생명이라는 말위에 춤추고 희망이라는 말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모양이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생략” 이 노래(동요)는 우리나라에서 봄이 되면 대표적으로 불리우고 생각나는 아름답고 정다운 동요이다. 이제 들녘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로 단장한 나비들이 춤을 추며 꽃을 찾아 날아드는 계절이 되었다.

옛날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선덕여왕과 중국의 당태종이 모란을 두고 겨루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진평왕 재위시기, 즉 덕만공주 시절에 당나라에서 가져온 모란꽃을 보고 덕만이 이 꽃은 아름다우나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물으니 “무릇 여자가 뛰어나게 아름다우면 남자들이 따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꽃은 무척 아름다운데도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향기가 없는 꽃임에 틀림없다”고 말하였는데 심어보니 정말로 향기가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내용이 좀 다른데, 선덕여왕 재위시절에 당나라 태종이 붉은빛 자줏빛 흰빛의 세가지 빛으로 그린 모란과 그 씨앗 서되 를 보내온 일이 있었는데, 왕이 그림의 꽃을 보고 ‘이 꽃은 필경 향기가 없을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로 향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왕이 죽기 전에 신하들이 어떻게 그것을 알았느냐고 물으니 “꽃을 그렸는데 나비가 없으므로 향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당나라임금이 나에게 짝이 없는 것을 희롱한 것이다”라는 표현도 있다. 

꽃과 나비, 즉 그것은 불가분의 없어서는 안 될 둘 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관계와 존재들이다. 꽃과 나비를 떠올리다보니 옛날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전했다는 접수화(나비 접, 따를 수, 꽃 화)가 생각난다. 여기에 잠시 춘향전에 나오는 꽃과 나비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기로 하겠다.

조선조 숙종시대, 남원부사의 자제(아들) 이몽룡은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남원고을에 내려온다. 책방에 갇혀 공부만하자니 지루하고 짜증스러웠던 차에, 때는 꽃피고 벌, 나비 춤추고 생동하는 봄이라서 아지랑이 아롱지고 자연은 봄기운에 무르익어 산천초목은 그야말로 만화방초 얽히어 꽃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봄기운에 기분이 들떠 관아의 젊은 하인 방자를 앞세우고 광한루 구경을 나섰다. 봄의 가운데 단오날, 씨름판도 벌어지고, 우거진 수풀 나무 그늘 속 그네 터에서는 처녀들이 모여 그네타기 놀이가 신명나게 이뤄지고 있는데, 그 처녀들의 무리 속에 해도 같고 달도 같은 뛰어난 미인이 무리 속에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몽룡은 그만 그 처녀의 뛰어난 미모와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말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난후 방자에게 물어보니 퇴기 월매의 딸, 춘향이라고 넌지시 이른다. 이면, 체면 불구하고 당장 저 미모의 처녀를 데려오라고 재촉을 했다. 불길 같은 성화에 못이긴 방자는 춘향에게 몽룡의 뜻을 전하지만 춘향은 안수해, 접수화, 해수혈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몸종인 향단을 데리고 그네 터를 떠나버린다. 안수해 (기러기는 바다를따르고), 접수화(나비는 꽃을 따르고), 해수혈(구멍을 따른다)는 뜻으로, 이것을 해석한다면 자신을 직접 찾아오라는 뜻으로, 이로부터 16세의 아직 어린것들인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 마른장작에 불을 붙인 격으로 뜨거운 사랑으로 치달아 꿈결 같은 사랑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후의 춘향전의 얘기는 독자들께서 너무나 잘 아시리라 생각되어 생략키로 하겠다. 

흔히들 말하기를 꽃은 시집가지 않은 처녀, 여자로 비유하고 나비는 장가들지 않은 총각, 남자로 비유하게 되는 연유가 여기 소개된 접수화에서 기인이 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남녀 간에 사랑의 불을 누가먼저 당기느냐(사랑의 화살을 누가먼저 쏘느냐)하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꽃이 나비를 따를 수 없고 나비가 먼저 꽃을 따라야한다”는 말을 일종의 철칙처럼 믿어왔다. 말하자면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구애를 하는 것이지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현대사회 지금의 애정풍속도를 살펴보면 그런 원칙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세상살이 모든 면에서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외교 등등 모든 것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변해가고 있는 요즘의 시대인지라 남녀 간의 애정문제역시 시대의 빠른 변화 추세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비가 꽃을 따르는 것이 아니리 “꽃이 나비를 쫓아가 붙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모든 여성들에게 점차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요즘 거세게 불고 있는 여성해방운동이나 남녀평등화운동의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의 여성들은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그것이 애정표현으로 이어져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이어진다. 

만물이 생동하고 꽃을 찾아 나비가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이 아름다운 봄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세계에서는 꽃(여자)이 나비(남자)를 잡으러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바야흐로 봄은 정녕, 자연의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세계에도 소리 없이 찾아와 꽃과 나비가 함께 춤추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축복의 봄을 우리 모두에게 선물해주고 있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