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의 칼럼 "8월을 보내며...

Submitted byeditor on토, 08/27/2016 - 22:05

길고도 무더웠던 여름, 특히나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많은나라들이 불볕더위와 폭염에 시달리며 열대야로 밤잠을설치고 고생한 나날이 너무나많았던 8월이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연일 폭염과 무더위를 톱 뉴스로 전하며 그무더위가 빨리 떠나가고 사라져가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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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정점을 끝마무리하는 8월달도 하순이되었다. 이제 이번주가지나고 다음주말이되면 9월이 시작된다. 흔히들 가을의 시작을 9월달로 인식하고있다. 대개들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을 가을로 여긴다.

가을이되면 가장먼저 우리의머리에 떠오르는것이 천고마비,푸른하늘,맑은공기를 연상한다. 탁 트인 시야,맑은공기,유난히 푸른하늘은 가을이왔음을 가장먼저 느끼게해주는 변화중 하나이
다. 왜 이렇게 가을이되면 하늘은 유난히 파랗게보이고 공기는 맑아질까? 하는 의문점이 생겨난다. 그이유는 무엇보다 대기중에 태양광선의 산란을 방해할 오염물질이 적은계절이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의 대기중 농도는 여름과 가을이 특히 낮은데,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수증기가 태양빛을 흡수해 산란을 방해하는 반면 건조한날이 많은 가을에는 공기분자가 태양빛을 충분히 산란시켜하늘을 더 푸르게 만들어주는것이다. 한국의경우 봄은 가을보다 건조하지만 황사에다 대기 불안정으로 지상의공기가 뒤집어지면서 오염물질이 늘어나 빛의산란을 방해하기때문에 가을이 훨씬더 맑고 푸르게되는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대기가 안정된가운데 다른계절보다 부유, 분진 자체도 적고 시정(가시거리)도 좋아서 하늘이 더욱 파랗게보이는것이다. 이러한 계절적인 특성과 기후의변화에 따라서 사람들은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부르기도한다. 그런데 사실 이 한자성어의 원래의뜻은 우리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원래는 가을이되면 하늘이높아서 시야가좋고 초원에서 기르는 말들이 살이쪄서 흉노족들이 중국의 변방으로 쳐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경계의뜻으로 쓰였다. 그러던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낭만과 풍요의 의미로 변한것이다.옛날 은(殷)나라 초기에 중국북방에서 일어난 흉노는 주(周),진(秦),한(漢)의 삼왕조(三王朝)를 거쳐 육조(六朝)에 이르는 근 2천년동안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끊임없이 침범 약탈해온 오랑캐의 유목 민족이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의 군주들은 흉노의침입을 막기위해 늘 고심했는데 전국시대에는 연(燕),조(朝),진(秦)나라의 북방 변경에 성벽을 쌓았고, 천하를통일한 진시황은 기존의 성벽을 수축하는 한편 증축 연결하여 만리장성을 완성하기도했다. 그러나 흉노의침입은 끊이지않았다.

북방의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으로 살아가는 흉노족에겐 우선 초원이 얼어붙는 긴 겨울을 살아가야할 양식이 필요했기때문이다. 그래서 북방변경의 중국인들은 하늘이높고 말이살찌는 천고마비의 가을만되면 흉노족이 언제 쳐들어올지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하늘은 높고 들에는 풀이 무성하여 말이 살찐다. 아울러 논밭의 들에는 오곡이 무르익어 풍성하고 풍요로운 낭만적인 계절을 의미하는 오늘날의 살기좋은 천고마비의계절이 아니라, 오랑캐들이 살찌고 힘찬 말을타고 쳐들어오는 계절이되었으니 군인들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백성들은 문단속을 튼튼히하여 적의침입을 경계하라는 신호의 말뜻인 한자성어이다.

이것이 천고마비이며 그후 2천년의세월이 흐르는동안에 가을을 찬미하는 의미로 바뀐것이다. 그런데 요즘에 천고마비라는 말을두고 사회에서 은어(隱語)로 회자되는 우스갯말이 유행되고있다. 언제나 가을이되면 이런말이 자주 등장한다. 고사성어인 천고마비를 두고 (천번 고약한짓을 하면 몸에 마비가 온다)는 말이다. 고약한짓이라하면 올바르지못한 행동,즉 선하지못한 악행을 뜻한다. 속담에 이런말이있다. (누구에게나 고약한짓을 하자마라. 누군가 당신이 남에게 고약한짓을 한다면 당신은 그에게서 대 갚음을 당할것이다) 나는 여기에 해당되는 고약한짓에 대한 대갚음을 받은 재미난 이솝우화를 들려드리도록하겠다. 이 우화는 이미 우리가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보고 읽어본 이야기이다. 

어느날 황새가 이웃에사는 여우에게 저녁초대를받았다. 여우는 넓은 접시위에 건더기없는 멀건 고기국물을 대접했다. 배가 몹시도고팠던 황새는 접시위에있는 맛있게끓인 멀건국물을 긴 주둥이로서는 한방울도 먹을수가없었다. 며칠후 초청에대한 답례로 여우를불러 황새는 생선과 고기
가들어있는 맛있는 죽을 목이긴 병 그릇에담아 내놓았다. 황새는 긴 부리를 거기에 집어넣고 맛있게 식사를했지만 여우손님은 입을 그 목이긴 그릇속에 넣을수없어서 맛있는 고기죽을 한입도 먹을수가없었다.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허탈해서 돌아가는 여우에게 (당신이 본을 보여주었으니까
내가 본뜬것을 불평해서는 안되지요)하고 황새는 말하였다. 

우리는 고약한짓을 하는사람을 두고 못쓸(몹쓸)놈이라고 한다. 몹쓸은 악독하고 고약한이란 끗을 나타내는 관형사이므로 몹쓸짓이라고 표현한다면, 악독하고 고약한짓을 뜻하게된다.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아지는 가을인 9월달이 다음주에는 시작된다. 우리의마음과 행동도 저 하늘처럼 맑고 푸르게 살아가자. 천고마비의계절에 천번 고약한짓을하여 몸이 마비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 하늘처럼 높고 맑은, 마음은 비단결같은 고운짓을 하며 세상을 착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