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 하이코리언뉴스] 김태리 기자 = 미국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의 은행계좌를 전면 폐쇄한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기관의 고객 확인과 위험 거래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비시민권자 전체의 은행계좌를 일괄 폐쇄하라는 연방정부 명령은 확인되지 않았다.

10월30일 현재 백악관과 재무부, 연방 금융감독기관이 공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정책의 핵심은 불법 고용과 급여세 탈루, 신원 위장,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는 금융거래를 더욱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미국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회복(Restoring Integrity to America’s Financial System)’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4406호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금융기관이 고객의 신원과 계좌 실소유자 등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금융거래에 대한 위험 평가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개인납세자번호(ITIN)를 이용해 은행계좌를 개설하거나 신용상품을 신청하는 경우, 합법적인 체류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추가 심사가 필요한 위험요인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그러나 ITIN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좌를 자동 폐쇄하거나 비시민권자의 은행 이용을 일괄 금지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가 6월 5일 발표한 후속 지침도 불법 고용과 관련된 급여세 탈루 및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감시 대상은 고용주나 인력 알선업자가 유령회사와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임금을 지급하거나 급여세를 제대로 원천징수·납부하지 않는 행위 등이다.
지침은 ITIN을 사회보장번호(SSN)나 유효한 취업 허가 서류 대신 제시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다른 금융거래 정보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했다. 단일 위험요인만으로 불법 행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ITIN은 사회보장번호를 발급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 등이 연방 세금 신고와 납부를 위해 사용하는 번호다. 하지만 이 번호 자체가 합법적인 체류 신분이나 미국 내 취업 자격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7월 13일에는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국신용협동조합관리청(NCUA) 등 금융감독기관이 취업 허가가 없는 대출자의 신용 위험을 평가하도록 하는 공동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대출 신청자의 소득 지속 가능성과 고용 안정성, 대출 상환능력 등을 면밀히 살펴보도록 한 것으로, 일반 예금계좌를 일괄 폐쇄하는 조치와는 별개다.
이번 논란은 정책의 적용 대상이 혼동되면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합법적인 취업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체류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신청자’를 모든 ‘비시민권자’와 동일하게 표현하면 영주권자와 합법 체류자까지 일괄적인 규제 대상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의 추가 정보 요구나 개별 계좌 폐쇄 사례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각 은행의 고객 확인 및 위험 평가에 따른 개별 조치와 연방정부의 전국적인 계좌 폐쇄 명령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정책은 비시민권자의 은행계좌를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법 고용과 탈세, 금융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 대한 심사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SNS에서 확산하는 계좌 폐쇄설에 불안해하기보다는 백악관과 재무부, 금융감독기관의 공식 발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