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하이코리언뉴스] 김태리 기자 =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안보협정에 합의했다. 협정은 오는 22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중 서명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협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21일 이번 협정을 통해 북극 안보가 미국과 덴마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NATO 차원의 공동 책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되는 동시에 NATO의 북극 방위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그린란드 안보에 영구적 역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간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의 안보와 방위에 필요한 조치를 “영원히(FOREVER)” 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주둔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적대국이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거나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은 물론, 민감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이번 합의가 미국의 그린란드 관련 국가안보 우려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은 중국과 러시아 등 비NATO 국가가 그린란드에 군사적 거점을 확보하거나 민감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장치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덴마크·그린란드 “주권은 그대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영구적 통제(permanent control)"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달리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이번 협정이 그린란드의 영토 주권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번 합의가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 그린란드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총리 옌스-프레데릭 닐센 역시 협정이 그린란드의 이익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협정은 미국이 그린란드의 영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접근과 방위 활동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정문 자체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미국의 구체적인 권한 범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중국·러시아의 북극 진출 차단
이번 협정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들이 그린란드에서 군사적·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미국 측은 비NATO 국가가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거나 병력을 배치하는 것을 막고, 민감한 분야에 대한 투자도 제한하는 장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 사이에 위치해 있어 북극권 방위와 미사일 경보, 우주감시 등에서 전략적 가치가 큰 지역이다.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 북서부의 "피투픽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의 군사적 접근권을 바탕으로 그린란드 내 방위 역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NATO 역시 북극 지역에서 공동 방위 활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NATO의 북극 안보 역할도 확대
이번 합의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NATO의 역할 확대다.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번 협정을 통해 북극 안보가 미국과 덴마크 양국의 책임을 넘어 NATO의 공동 책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NATO도 이미 북극과 북대서양 지역의 안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NATO에 따르면 북극권 8개국 가운데 7개국이 NATO 회원국이며, 동맹은 북극 및 고위도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북극 지역 군사활동과 중국의 경제·전략적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공동 방위체계를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협정문 공개돼야 구체적 내용 확인 가능
현재 가장 큰 변수는 아직 협정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향후 확인해야 할 주요 내용은 ▲미군 주둔 규모 ▲추가 군사기지 건설 여부 ▲미국의 기지 사용 및 병력 배치 권한 ▲기존 미국·덴마크 간 1951년 방위협정과의 관계 ▲중국·러시아 등 비NATO 국가의 투자 제한 범위 등이다.
특히 그린란드가 향후 덴마크로부터 독립할 경우에도 미국의 군사적 접근권과 관련한 합의가 계속 유지되는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미국 측에서는 장래의 그린란드 지위 변화와 관계없이 안보 관련 권한이 유지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적용 범위는 협정문이 공개돼야 확인할 수 있다.
미국·덴마크·그린란드는 22일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미국이 그린란드의 영토 자체를 확보하는 방식보다는 장기적인 군사·안보 접근권과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의 "영구적 통제"라는 표현과 덴마크·그린란드가 강조하는 "주권 및 자기결정권 유지"가 구체적인 협정문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는 향후 공개될 세부 조항을 통해 확인해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