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하이코리언뉴스] 김태리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강화 여파로 미국 국제학생 전문 대출업체 "엠파워 파이낸싱(MPOWER Financing)"이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블룸버그통신이 7일 투자자 서한과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엠파워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누 스마자를 포함해 직원 대부분을 내보내고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달 분기별 주주 대상 전화회의도 취소했으며,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을 전액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엠파워는 2014년 설립된 핀테크 기업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국제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제공해 왔다.
회사에 따르면 국제학생들은 미국 연방정부의 일반적인 학자금 대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 대출이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엠파워는 미국 내 유학생을 대상으로 보증인이나 담보 없이 대출을 제공하는 모델을 운영해 왔다.
엠파워의 사업모델은 일반적인 은행과는 다소 달랐다. 회사는 투자자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국제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빌려준 뒤, 이 대출채권을 묶어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ABS 판매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고 다시 신규 학생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강화 이후 국제학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초부터 엠파워의 ABS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회사 매각 시도까지 무산되면서 자금 조달 구조가 흔들렸다.
엠파워의 최고법률책임자(CLO) 제임스 브리헤니는 투자자 서한에서 이민정책 변화가 회사의 잠재 고객 규모뿐 아니라 졸업 후 신용도 등을 고려한 대출 의향과 외부 금융기관의 자금 제공 의향에도 큰 제약을 줬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엠파워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짐바브웨 출신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점도 회사의 취약성을 높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짐바브웨를 포함한 일부 국가 국민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을 강화해 왔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해당 국가 출신 학생들의 미국 유학과 체류 가능성, 향후 취업 및 대출 상환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엠파워가 국제학생의 미래 소득과 취업 가능성을 중요한 대출 심사 요소로 활용해 온 만큼, 미국의 비자와 이민정책 변화는 회사의 대출시장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회사는 실제로 국제학생의 미래 잠재력을 평가해 보증인이나 담보 없이 대출을 제공해 왔다.
엠파워가 안고 있는 미상환 ABS 규모는 4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회사는 담보권을 가진 대출기관들과 남은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협의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자산을 채권자에게 넘기거나 채권자가 자산을 처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브리헤니 최고법률책임자는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더라도 주주들에게 돌아갈 자산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취지로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현재 회사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 계약상 의무 이행과 규제 준수,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는 미국의 이민정책 변화가 단순히 비자 발급이나 유학생 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학생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온 금융회사와 대학·교육 관련 산업의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국제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출업체가 대출자 감소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대출채권을 다시 증권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유학시장을 둘러싼 금융 생태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