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하이코리언뉴스] 장마리아 기자 = 민주당이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주요 주 정부를 장악하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를 사실상 바꿀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Axios)는 4일 민주당이 펜실베이니아·미시간·애리조나·위스콘신·네바다 등 5개 주에서 주지사와 주 의회 양원을 장악함에 따라 ‘전국민 득표수 주간협약(National Popular Vote Interstate Compact)’의 발효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 협약에는 18개 주와 워싱턴DC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총 222명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5개 주의 선거인단 61명을 추가하면 총 283명으로, 협약 발효 기준인 270명을 넘어설 수 있다.
이 협약은 참여 주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주별 승자가 아니라 전국 총득표수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에게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헌법에 규정된 선거인단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협약이 발효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 득표 1위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48개 주와 워싱턴DC가 주별 승자에게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는 일부 선거인단을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별 결과에 따라 배분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국 득표율보다 경합주에서의 승리가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0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과 연방대법원 판결 끝에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전국 득표에서는 고어 후보가 약 54만3,000표 더 많이 얻었다.
2016년 대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선거인단 투표에서 앞서 당선됐지만, 전국 득표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약 290만 표 더 많았다. 반면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선거인단과 전국 득표 모두에서 승리했다.
협약을 지지하는 측은 유권자가 어느 주에 거주하든 한 표의 가치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선거인단 제도가 연방제의 원칙을 지키고 인구가 적은 주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협약 발효를 위해 새롭게 민주당이 장악한 5개 주가 모두 참여할 필요는 없다.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 미시간(15명), 애리조나(11명) 등 3개 주만 참여해도 기존 222명에 45명이 더해져 총 267명이 된다. 여기에 위스콘신(10명)이나 네바다(6명) 중 한 곳만 추가로 참여하면 발효 기준인 270명을 넘는다.
그러나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정치적·법적 장애물이 남아 있다. 미시간주는 민주당이 주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했던 2023~2024년에도 협약 가입을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네바다주 역시 민주당 소속 스티브 시솔락 전 주지사가 2019년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헌법적 논란도 있다. 협약에 반대하는 측은 여러 주가 대통령 선거인단 배분 방식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상 주간협약 조항에 따라 연방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지 측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식을 정할 권한이 각 주 의회에 헌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노터데임대학교 법학 교수 데릭 뮬러의 견해를 인용해 연방 의회의 승인 필요성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협약이 2028년 대통령 선거부터 적용되려면 2028년 7월 20일까지 참여 주들의 선거인단 합계가 최소 270명에 도달해야 한다.
민주당의 이번 중간선거 승리가 실제로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각 주의 입법 절차와 법적 판단에 달려 있다. 2028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인단 제도와 전국 득표 결과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